『흩어졌던 가족들도 한 데 모이는 설이 다가왔는데….』

인도네시아 최동단 이리안자야에서 무장 독립군 세력인
자유파푸아운동(OPM)에 의해 코린도 그룹의 이현(56) 상무와
권오덕(49)·이종명(46) 차장 등 한국인 3명이 납치된 지 6일째인 22일,
가족들과 직원들은 협상 소식만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권 차장의 서울 가족들은 지난 16일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문을 굳게
닫은 채 외부와 접촉을 피하고 있다.

『벌써 납치된 지 6일째예요. 아무런 말할 기운도 나지 않아요….』 권
차장의 부인은 전화 통화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지 근무 10여년 째인 권 차장은 한국에서 3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간 직후여서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있는 이 상무와 이 차장의 가족들은 무사히 풀려나기만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납치 목적이 「돈」보다는 「정치적 독립」을 내세우고
있는 데다, 접촉마저 어려워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이장호 임무관은 『21일 지역주민
1명을 협상 대표로 뽑아 독립군 사령관인 윌리엄 온데를 찾으러 보냈으나
이들이 정글 깊숙이 숨어 들어 접촉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코린도 그룹측은 지역주민 1명을 협상대표로 선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이 지역 경찰서장 서한을 갖고
독립군 사령부가 있는 아시키 북방 50㎞ 밀림 속으로 보냈으나, 독립군과
접촉하는 데만 최소 5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리안자야의 독립을 내세우는 이들은 96년 1월 자신들의 정치적 독립을
알리기 위해 유럽과학자 등 7명을 납치해 넉달 가까이 인질극을 벌이다가
군에 의해 소탕된 적이 있다.

한국계 기업인 코린도 그룹(회장 승은호·한국인 226명 근무)은
인도네시아에서 목재 및 합판, 신발 공장과 금융기관을 운영하며,
93년부터 이리안자야(한국인 36명 근무)에 1000만달러를 투자, 합판을
생산해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권 차장은 지난 16일 벌목작업을 마치고 아시키공장으로 돌아오던 중
현지인 노무자 11명과 함께 납치됐으며, 이 상무와 이 차장 등 4명은
다음날인 17일 인질 석방을 위해 반군 사령부 주둔지역으로 갔다가 권
차장과 함께 억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