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파동'이 문화관광부의 중재로 한달여만에 어렵사리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언제 요원의 불길로 살아날지 모를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형편이다. 야구팬을 볼모로 삼았던 '34일 전쟁'을 3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올겨울을 후끈 달궜던 2차 선수협 파동은 지난해 선수협 출범과 함께
터진 1차 파동과 판박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던 극한
상황이 정부가 중재자로 나선 뒤에야 타협에 이른 사실이나 양측이
도출한 합의문의 모호한 문구 등 흡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사실은 선수협 파동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이번에도 제3자의 개입을 통해서야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차 파동 때도 선수와 구단측은 문화관광부의 중재에
이끌려 합의문 앞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악수를 했지만, 2차 파동이
불거지면서 양측 모두 그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전지훈련과 시즌 개막'이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앞에 선수와 구단은
엄연히 불씨가 살아있음에도 서둘러 덮어버린 형국이다.
문화관광부의 중재로 도출해낸 합의문도 허점 투성이다. 우선 협상
막판에 쟁점이 됐던 차영태 사무국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합의문에
따르면 '선수협 사무국은 신집행부에서 재구성한다'고 명문화했지만
양측의 해석은 판이하다. 선수협측에선 사무국 운영은 새로운 집행부의
뜻에 따르기로 한 만큼 차국장의 재임명도 가능하다는 주장인 반면,
구단측은 합의문 작성과 동시에 현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기로 했으니
차국장 역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구단별 대표들은 선수들이 1월말까지 선임한다는 합의를 이뤘지만
이 또한 합의문 해석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대표 선출
과정에서 구단이 무언의 압력을 행사할 소지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선출
방법 역시 선수측과 구단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선수쪽에선 선수협 총회를 통해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단들은 각 구단별 대표들의 모임에서 선수협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