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공적자금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는 청문회 첫날인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동안 청문회는 열지 않은 채 연일 증인·참고인
신문 방식을 놓고 티격태격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단독발표회란 일종의 '장외 청문회'를
열었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회의장에서 청문회에 불참한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계속했다. 19일은 강봉균, 진념, 이헌재,
이근영씨 등 전·현직 재경부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오게 돼 있어 이번 청문회의 절정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들 4명은 이날 하릴없이 기다리다 점심식사만 하고 돌아갔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번 청문회의 무산은 그야말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의 대립이 너무나 사소한 차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매일 출석하는 증인들끼리 대질을 할 수 있도록 모두 불러
일괄 신문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공동여당은 그렇게 할
경우 정치공세장으로 변질할 우려가 크다면서 개별 신문을 주장했다.
이틀쯤 지나 공동여당이 증인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고 저녁 식사 후
일괄 신문하자는 절충안을 냈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에서 이런 사소한 차이로 청문회가 이뤄지지 못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문회를 중심에서 이끌어나가는 일부
여야 의원들 간의 사적인 감정 싸움이 겹쳐 일이 더 꼬여온 것 같다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여야는 사실상 자신들이 청문회를 무산시켜놓고는 "야당이 당초부터
청문회를 할 의지가 없었다"거나 "여당이 정부 비호에만 신경쓴다"는
등 상대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문회는 관료들이 아니라 이들
의원들을 상대로 먼저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