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8일로 방중 사흘째를 맞고 있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다. 16일 주룽지(주용기) 중국 총리와의 회담, 17일
중·일 합작 반도체 공장 방문, 18일 증권거래소 방문 같은 일정도
모두 공식 확인된 정보는 아니다. 눈으로 확인한 것이라면 17일 오후
상하이 푸둥(포동)지구의 행정센터 앞에 늘어서 있는 검은
승용차들뿐이다.

외빈 접대를 주관하는 중국 외교부는 "모른다"로 일관하고 있고,
북한의 어떤 보도매체도 일절 언급이 없다.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에 직접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진 우리 정부측도 공식적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방중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으니 그가 중국을
방문한 제1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간에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식 개혁·개방을 배우기 위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앞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다지기 위해서"라는 등의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일부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북한은 이제
개혁·개방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정한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방중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김 위원장 일행이 중국의 '사회주의 속의
시장경제 도시' 상하이를 둘러보고 난 느낌은 남다를 수 있을 것이다.
빨리 배워야겠다는 초조함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혁의 과실'은 이런 겉모습이 전부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성공시키려면 정말 배워야 할 것은 경제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투명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혁·개방을 배우러 간다면서
그 사실조차 완전 비밀에 부치고 있으니 앞으로 북한에서 구현될
개혁·개방의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 누구도 가늠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최병묵 정치부차장대우 bm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