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온다. 어머니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아버지는
남해안 고향에서 손수 빨래도 하고 밥도 지으시면서 혼자 지내신다.
그동안 재혼도 권유했고, 8남매 중 어느 한 집에 좀 와 계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친구들이 있고, 어머니가 묻힌 고향땅이 좋으신가 보다.
아버지는 명절 때면 "내려오지 마라"고 전화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신다. 교통혼란 뒤집어쓰고 내려와봤자 해줄 것 하나도 없고,
무엇보다도 안방에 보일러 하나로 절약하고 있는데 서울 손자들 내려와
추운 날씨에 고생만 한다는 것이다. 전화로는 "예" 하고 순종하지만
그래도 때 닥치면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게 자식된 심정이다. 아버지께
알리지 않고 출발해, 고향 어귀 다 내려가 당신이 가장 귀여워하시는 큰
손자 시켜서 귀향사실을 일방적으로 알리곤 한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내심 반가운 목소리를 감추며 "뭐하러 내려오냐, 조심해서 와라"고
하신다. 그러나 당신의 핏줄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명절의 뒤끝에는
늘 일종의 허전함을 느끼시는 듯하다. 올 설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비록 고향길이 고생길이고 아버지는 역시 만류하시지만, 나는 올해도
고향에 내려갈 것이다.

( 황용필 43·회사원·서울시 성동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