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악화로 인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일부 지역에 17일 단전조치가 시행된 데 이어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 지사는이날 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데이비스 지사는 생방송으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18일 필요한 전력 가운데 48%가 부족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1주일에서 10일간 사용할 전력을 매입할 것을 주정부수자원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데비이스 지사는 “캘리포니아를 움직이는 기업과 가정에 대해 전기를 공급하는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주 관리들이 다른 지역에서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전력통제기관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운영국(ISO)은 이날 정오를 기해주 전역에 지역별로 돌아가며 순차적으로 단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긴급절전 3단계조치를 발동했다.
지난해 6월 폭염으로 전기수요가 급등하자 샌프란시스코 베이(灣) 지역에 부분단전이 실시된 적이 있으나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단전조치가 취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치로 전기공급회사들은 북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전기공급을 중단, 시내중심가의 현금자동출납기가 한때 작동을 멈추고 일부 승강기 안에 사람들이 갇혔으며 교통신호가 가동되지 않아 교통혼란이 일었다고 현지 방송들이 전했다.
전기회사들은 병원 등 주요 시설에 대해선 전기를 공급했으나 단전조치로 인해샌프란시스코와 주도 새크라멘토 등 북부 지역 주민 20만-60만명이 불편을 겪어야했다. 오렌지농장들도 수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CNN은 이날 단전조치가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18일 오전 4시30분) 시작돼 오후 1시40분까지 계속돼다 다른 지역에서 급히 끌어들인 전기 등으로 간신히 전력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그러나 날이 밝고 일과가 시작되면 다시 전력이 모자라게 될 것이며 다른사정의 변화가 없다면 18일 오전 7시쯤에는 또다시 정전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리콘 밸리로 유명한 새너제이, 오클랜드 등 첨단기술산업 밀집지역도 순차적단전 대상에 포함돼 있어 업체들은 자가발전기를 구입하는 등 비상대책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3단계 조치는 이번주들어서만 세번째(작년 12월7일을 합하면 사상 네번째)로 전력예비율이 1.5%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취해졌다.
짐 디트머스 ISO 운영국장은 다른 주의 전기공급회사들이 캘리포니아주 2대 전기소매사인 태평양가스전기사(PG&E)와 남가주에디슨사(SEC)의 부도 위기 및 신용하락을 이유로 전기를 팔지 않고 있다고 단전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캘리포니아는 주하원이 16일 주정부가 타주의 전기도매사로부터 전기를 싼값으로 장기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법안을 60대5의 압도적 표결로 가결하는 등 전력난 해소책 마련에 분주하다.
새 법안이 금주중 주상원 의결을 거쳐 데이비스 주지사의 서명으로 발효되면 주정부는 앞으로 3년간 킬로와트당 5.5센트 이하로 전기를 구입, 필요시 전기소매사와소비자에게 구입가로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도매가는 킬로와트당 약 30센트로 작년보다 8.6배 폭등한 상태여서 전기도매사들은 8.5센트이상은 돼야 캘리포니아와 장기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새 법안이 전기시장 자유화로 발생한 전기사들의 손실을주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96년 전기시장을 자유화, 전기소매사들이 타주에서 전기를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나 소비자를 위한 절충안으로 당시 소매가의 10%를 인하한 뒤 98-2002년까지 동결시켰다. 소매사들은 전기수요급증과 천연가스값 인상으로 도매가가 상승했음에도 인상분을 소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100억달러이상의 손실을 안고 있다.
SEC는 전날 현금부족을 이유로 5억9천600만달러의 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으며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18일 정오까지 채무상환기간을 연장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