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이 독일 브레멘으로 떠났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심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축하보다 안쓰러운 생각이 앞서는 것은 그가 어리기
때문에 더 할 것이다. 98년 초 19세짜리를 국가대표로 뽑아놓고
지켜보면서, 내 나름으로는 이동국이 유럽 무대에서 통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신장이나 체격, 스피드 같은 기본 조건이 고루 잘 갖춰진
데다 어떤 방향에서도 골문을 향해 슛을 날릴 수 있는 신체적 유연성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공격수의 가장 큰 무기는 득점력이다. 선수들의 전문화를 요구하는
분데스리가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플레이가 아무리 화려하다고
해도 가치가 없다. 그래서 2년 전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헤르타 베를린의
감독인 친구 뢰버가 전화로 이동국에 대해 물었을 때에도 "내가 너라면
얼른 계약하겠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앞으로 6개월간 이동국이 뛸 브레멘은 일본의 오쿠데라가 4~5년 붙박이
왼쪽 수비수로 뛰었던 팀이다. 나도 그 팀에서 사흘간 테스트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연습경기에서 연일 서너 골씩 넣는 바람에 아시아
선수의 성공을 반신반의하며 머뭇거리던 프랑크푸르트로 하여금 그
결정을 서두르게 했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적응이다. 내가
'그들' 가운데서 정신적으로 불편함이 없을 때까지 적응해야 한다.
이전부터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감독이나 팀 매니저들은
내게 전화를 해서 이들이 동료들과 좀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얘기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자꾸 피하는 것 같은 아시아 선수들을 볼 때면
감독들 역시 보이지 않는 거리감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다.

사실 외국선수들 틈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특히 경기가 안 풀릴 때나 주전에서 밀려나 있을 때면 더 할 것이다.
더구나 독일 사람들의 말투는 필요 이상으로 거칠고 딱딱해서
외국선수들을 더 주눅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피하면 안 된다.
그래도 딱 2명의 아시아 선수만 뛰던 20년 전의 분데스리가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수월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포항팀에서 뛰던 라데가
브레멘에 있다는 것은 이동국에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레멘의 감독인 샤프는 성실하고 평범한 이 팀의 선수출신이다.스포츠
디렉터 알로프스도 비교적 유순한 성격이다. 그들은 프로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이동국을 귀여워해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동국은 우리가
기대를 해도 될 만한 능력을 발휘할 선수다. 다만 우리는 쓸데없는
비교로 선수를 피곤하게 만들고 다그치며 부담을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들까지 감당하기에는 그 나이가 아직 어리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