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북아시아에 2개의 동맹국을 가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다.
이들 두 나라는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함께하면서 이 이념에 대한
도전세력인 구 소련, 중국, 북한과 맞서서 싸워온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두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임무와 기능,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주일미군은
동아시아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개입의 상징으로,
그리고 주한미군은 호전적인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기 위하여 배치한
군대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내놓고 말하고 있진
않지만 주일미군은 중국의 무력 팽창을 의식한 대응이고, 이에 반해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 억지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라고 이해하면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북한 정책, 특히 한미 연합전력에 의한 북한
무력공격 억지라는 정책에서는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일치된 견해를
가졌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미국에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이 기본적인 협조관계가 논의의 대상으로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한국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과감한 북한 수용 정책을
지켜보면서 한국 정부가 체제 존립 이유라 할 자유민주주의 기본
이념까지도 부분적으로 양보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만일 한국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이런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미국으로서는 대한국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의 기본을 흔들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무엇을
지키기 위해 군대까지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과 중국간의 우호관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래서
한국정부가 북한과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하여 평화공존 관계를
안정적으로 제도화해 나가려는 노력을 펼 때마다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변함 없는 미국의 정책이었다.
한국이 그러나 평화공존을 넘어서서 호전적인 전체주의 국가에서 한치도
벗어날 기색이 없는 북한과 결합하겠다고 한다면 미국은 한반도 정책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과의 공조를 떠나 직접 북한을 다루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직접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그
무기의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호전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체제민주화를 강력히 압박해 들어갈
것이다.
그동안 클린턴 정부는 클린턴 대통령의 화려한 치적을 완성하기 위하여
되도록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그래서 한국의 대북
접촉에서도 구체적 문제가 터져나오지 않는 한 눈감아 왔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외면했고 북한의 재래식 군비증강도 모르는 척 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부시 행정부에서는 입장을 달리한다. 원칙에 충실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고위직에 포진시키는 것을 보면 한국과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르는 정책'을 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 정부는 한국 정부가 주둔을 원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주둔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가 만일 강력히 주둔을 요청한다면 한국 정부가 주둔비를
감당한다는 약속 아래 주둔을 연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주민을 억압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한 시혜적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도전에는 강력 대응할 것이다. 앞으로의 한미관계는 이에 따라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대북한 정책을 바닥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아니면
한미관계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다녀간 미국 하원의원들과의
만남에서도 한미관계의 새로운 긴장을 읽을 수 있었다.
(서강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