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석유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배럴당 25달러 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올 한해 40달러 선을 위협했을 만큼 석유가격 폭등은
한국경제를 불안으로 내몰았다. 1992년도 통계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석유의 확인 매장량은 45년 치밖에 남지 않았었고, 1997년에는 41년
분으로 줄어들어 이 상태의 소비 속도라면 100년도 못 가서 석유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인류는 대체 에너지를 찾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청정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게 된다면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전세계 사막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도 모자라고,
밤과 날씨가 나쁜 날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메탄가스를 대체 에너지로 사용하자니 지구상의 모든 경작지를
메탄가스 생산지로 바꾸어야 하니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 풍력 역시
자연조건에 크게 좌우되고, 수력발전은 입지의 한계와 환경파괴의
문제점이 있다.

이 와중에서 차선의 선택으로 각광을 받는 에너지원은 원자력일 수밖에
없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하여 공급의 안정성이 있고 고속증식로마저
성공한다면 인류는 3600년 정도 에너지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유의 40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아 자원이 없는 국가가 미래를 대비할 때 원자력은
최선의 대안이다.

원자력 발전이라는 용어를 생각하게 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인류
최초의 원폭 경험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이고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이지, 세 개의 전등 중 한 개의 전등이
원자력 발전에 의해 켜진다는 문명의 혜택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원자력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고 안전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고 있어 철저한 안전대책과 함께 관리감독을 잘해 나간다면
가장 현실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될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을 설정,
석유가격이 요동을 쳐도 끄떡없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석유가격이 폭등하자 우왕좌왕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벌이지 않고, 그 동안의 성공적인 에너지 정책을 자랑이나 하듯
전기료 인하 발표를 해 우리를 씁쓸하게 했다.

이 모두가 에너지 안보정책 덕분이었다. 일본이 에너지 안보정책에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은 원자력 사업인데 현재 50여기가 가동 중이다. 이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제3위이다. 더욱이 2010년까지 20기를
증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어 에너지 수급대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석유위기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80일분의
석유비축과 함게 원자력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왔다. 총 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이 차지하는 프랑스는 안정적인 에너지정책과 함께
전력을 수출하는 원자력 모범국가가 되어 있다.

한국도 현재 16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고 총 발전량의 43%를 공급하는
원자력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인데, 문제는 원자력 의존도에 비하여
국민의 이해도가 대단히 낮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본
아오모리(청삼)현에 있는 핵폐기물 처분장의 연간 관람객 수가 30만명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원자력 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폭넓은 국민의 지지와
병행되어야 한다.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