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대문에서 옷을 사고 근처에 있는 중국 음식점에 들어갔다.
주문을 한 뒤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간난아기를 안은 흑인 부부에게 종업원이 손짓을 하며 나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주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저 외국인들이 주문은
하지 않고 계속 앉아만 있다"고 했다. 쫓아내는 것이 너무 심한 것
같아, 그 부부에게 영어로 "당신들이 주문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으니까
나가라고 한다"고 얘기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부부는 화를 내면서
볶음밥을 시켰다고 했다. 종업원이 영어를 하지 못해 주문을 놓친 것임이
분명했다. 내가 주인에게 얘기를 해주어 그 부부는 간신히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면서 소스에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지 묻기도 했고, 식당을 나가면서는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만약 간난아기를 안은 외국인 부부가 그냥 식당에서 쫓겨났다면, 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까. 영어로 음식주문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예의가 걸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최성일 34·영어교사·서울 중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