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에 걸린 최모(34·여)씨는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에서 10분만에
암덩어리를 떼어냈다. 최씨는 늘 상복부가 더부룩한 데다 소화 불량이
지속돼 지난해 6월 동네 내과의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증상이 계속 나빠져 11월 대장조영술을 받자, 항문 위쪽
6㎝ 지점에서 지름 1.5㎝ 크기의 암덩어리가 발견됐다. 국립암센터로
옮겨 받은 정밀 검사 결과 점막하층에 국한된 초기 암이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대장암센터)은 배를 열지 않고 항문을 통해
암덩어리만 잘라내기로 결정했다.
2일 오전 환자가 수술대에 엎드리자 고정 테이프로 엉덩이 양쪽과
수술대에 붙여 수술 공간을 확보했다. 환자는 척추마취로 수술 중 의식을
잃지 않는다.
『30분만 참으시면 됩니다.』
오전 9시 마취를 한 뒤 항문을 잡아당겨 벌리자, 직장 안으로 빨갛게
돌출한 암덩어리가 눈에 보였다.
박 원장이 암덩어리 옆에 혈관 수축제를 주사했다. 혈관이 수축하면
암과 정상조직이 명확하게 구분되며, 수술시 출혈도 적어진다.
이어 왼손에 든 수술용 핀셋으로 암덩어리를 잡고, 오른손에 쥔
전기소작기로 암덩어리를 조금씩 잘라내기 시작했다. 자른 부위는
수술실로 바로 봉합해 나갔다. 절제 부위는 암덩어리 1㎝ 아래쪽의 정상
조직까지.
완두콩보다 약간 큰 암덩어리를 모두 절제해 내는 데 10분 걸렸다.
자른 곳의 봉합을 마무리한 뒤,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수술 부위부터
항문 바깥까지 항생제 연고를 풀칠하듯 듬뿍 발랐다.
『수술 잘 끝났습니다.』
개복하지 않고 항문을 통해 수술하려면 ▲암덩어리가 항문에서 8㎝
이내이며 지름 4㎝미만으로, 장 안쪽으로 돌출한 형태일 것 ▲주위
조직에 단단히 고정돼 있지 않을 것 ▲근육층을 파고 들지 않았을 것
▲다른 장기나 림프절 전이가 없을 것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수술 뒤 절제해 낸 단면을 조직 검사해 암세포가 발견되면, 항문을
통하거나 개복 수술로 직장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재수술을 해야 한다.
최씨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
대장·직장암 수술의 관건은 항문을 보존해 정상적인 배변을 가능하게
하는 것.
『남자는 종양이 항문에서 3.5㎝, 여자는 3㎝ 이상 떨어져 있으면 개복
수술을 해도 항문을 보존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암덩어리의 위치가 좋아도 암이 진행된 상태면 항문을 없애고 복부에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하므로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지난 98년 대장암이
발생한 3400여명 중 약 44%인 1500여명이 인공 항문을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국립암센터 자료).
직장암의 75%, 전체 대장암의 35%가 직장에 손가락을 넣어 보는 단순한
검사만으로 진단 가능하므로, 40세 이후에는 매년 1회 직장수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직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정기 검진하지
않으면 조기 발견이 힘들다.
박 교수는 『전체 대장·직장암의 5~10%는 최씨처럼 30대에
발생한다』며 『소화불량이 계속되거나 설사, 변비 등 2~3주 이상 배변
습관에 이상이 있으면 30대도 검사해야 하며, 배변시 점액이나 출혈이
있으면 반드시 정밀 검사받으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