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과 '강제퇴거'의 차이는 짐 쌀 때의 표정에서 갈라진다.
선수협 사태에 휘말려 지난달 20일 두산에서 방출된 심정수가 '방을
빼는' 과정에서 구단과 감정의 골이 한치 더 깊어졌다.
잠실구장내 두산 라커룸 출입구쪽에서 두번째칸 심정수의 라커는 지금
먼지 한톨 없이 말끔하다. 주인인 심정수는 방출 이후 한번도 라커룸에
나타난 적이 없는데 어느새 라커는 깨끗이 비워졌다.
"사무실에 와서 유니폼을 반납하고 라커의 짐을 내가라"는 구단의 독촉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옷 돌려주는게 뭐가 그리 급하냐"며 버럭 언성을
높인 게 일주일전.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심정수가 구단에 전화를 걸어
"다 필요 없는 물건이니 버리든, 재활용하든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구단은 지난 연말 택배편으로 집에 짐을 부쳐왔다.
지난 94년 데뷔후 7년간 한번도 옮기지 않고 써와 진하게 정들었던
라커의 짐을 스스로 빼기가 도저히 내키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짐을
그대로 놔두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은근히 버텨볼 생각이었는데 택배로
온 꾸러미를 펴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보따리 속엔 라커 머리맡에
붙여뒀던 아들 종원이의 사진까지 알뜰히도 챙겨넣었다.
"차라리 짐을 다 쓸어서 내버렸다면 이렇게 서운하진 않겠어요.
지긋지긋한 제 흔적을 하루빨리 파내버리고 싶었던 모양이죠."
"너는 더 이상 우리 선수가 아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인
심정수와 "당연한 후속조치일 뿐"이라는 구단의 바짝 마른 목소리가
묘하게 엇갈리는 일명 '이삿짐 택배 사건'이다.
〈스포츠조선 박진형 기자 ji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