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열린 이후 지방재정의 방만운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자치단체장들이 선거공약이행과 차기 선거를 의식, 경제성이나 타당성 검토 없이 지방채 기채를 통해 선심·전시성 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이고, 이로 인한 중복투자와 공사중단 등으로 극심한 예산낭비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채의 규모가 99년에 이미 15조원을 넘어섰고, 오는 2003년에는 1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 일인당 채무액이 100만원을 넘어선 곳이 나오는 등 지방재정이 파탄 직전의 상태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주먹구구식 사업추진과 중단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투자사업 추진시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는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추진, 막대한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지난 96년 행정자치부로부터 투·융자사업 심사결과 사업의 ‘재검토(사실상 불허)’ 통보를 받고도 지역개발기금 등에서 240억원을 빌려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다 지난 9월 ‘수익성이 없다’며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토지매입비 197억원이 날라갔고, 실시설계용역비 11억원과 차입금 이자 등 6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대구광역시도 행자부로부터 ‘재검토’ 통보를 받고도 제4차 순환도로건설을 추진하다 230억원의 설계비만 집행한 뒤 사업을 중단했다.
대전광역시 서구청은 97년 12월 구청장이 사업추진을 지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행자부로부터 ‘재검토’ 판정이 난 청사건립과 남산공원종합체육관건립 사업 등을 강행하면서, 사업비 103억원을 집행한 뒤 재원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도 광주시가 광주문화예술회관을 운영하고 있고 서구청이 국악박물관 등을 건립 중인데도 별도로 광산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추진해 중복투자란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95년 민선단체장 시대 개막이후 추진한 1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사업(9948개 사업에 총사업비 153조원)을 점검한 결과, 795개 사업(사업비 9조3034억원)이 발표만 하고 재원부족 등으로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773개 사업은 사업에 착수했으나 추진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 재정위기 무릅쓴 무리한 사업추진
부산광역시는 채무상환비 비율이 20%를 넘어서면 지방채 발행을 제한 받는데도, 명지대교건설 사업 등 4개 사업(총사업비 6404억원)을 추진하기 위해 145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구광역시도 채무상환비 비율 초과로 지방채 발행 제한대상인데도 2002년부터 추진할 계획인 대구~포항 고속도로 진입로 건설공사를 위해 34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 전시성 행사 중복개최
감사원은 각급 지방자치단체들이 민선단체장체제가 들어선 이래 벚꽃제 철쭉제 등 지방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단발성 행사들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98년에는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973건의 행사를 개최해 541억원을 집행했고, 올해에는 1632건의 행사를 기획, 998억원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산낭비 현상과 관련,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들의 재정운용 실패에 대한 문책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