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역사도설
쩌우완이요 지음, 연경출판공사.
현재의 대만은 한마디로 복잡하다. 권위주의체제는 사라졌지만
대안적인 정치체제는 아직 미약해 가능성과 동시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고, 본토와의 통일 문제는 소모적 논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우리의
지역감정과 유사한 본성인과 외성인간의 집단 갈등 틈바구니에서,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른 원주민도 시대변화의 힘을 빌어 나름의 몫을
주장하고 있다. 대외적 발전방향을 둘러싸고서는 미국화와 중국화,
그리고 미약하기는 하지만 일본화가 제각기 한자리를 차지하고 경쟁하고
있다.
이런 대만의 현주소를 한 일본학자는 '분열국가'라 명명한 바 있고,
이등휘 전 총통은 분열적 상황의 근원인 대만의 피식민 역사를 '장소의
비애'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또한 대만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사색해보는 계기를 주기도 했다. 쩌우완야요
(주완요)의 '대만역사도설'(연경출판공사 간행·1997)은 그런 시도의
하나다.
책은 우선 현재의 대만사회를 '분열'이 아닌 '다원'으로 포착했다.
대만의 가장 권위있는 연구기관인 중앙연구원 대만사연구소 연구원인
저자는 "누구의 역사인가?"라는 도전적인 물음과 함께, 피식민을
상징하는 시대구분(네덜란드시대, 일본시대 등)을 버리고 대만이라는
지리적 공간과 그 안에서 활동한 인간을 중심으로 한 '의미심장한'
서술방식을 택했다. 때문에 무문자 시대의 주인공인 원주민을 한인과
동등한 역사주체로 승격시킬 수 있었고, 종래의 시대구분이 가져다 준
피식민의 어두운 그늘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과 함께 대만에 상륙한 일본군을 맞아
피흘리며 죽어간 무명병사와, 친일부역으로 얻은 부와 명예에 기대어
지금까지도 유력가문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는 고씨 일가를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쓰라린 피식민 경험에 대한 과도한 기억상실증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국제지위에 있어 국가와
비국가의 애매한 경계선상에 서 있는 대만의 현실을 수긍하면서도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있는 정치적 실체로서의 대만도 인정할 것을 강조하는
균형감각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의 모종의 관계 설정 없는
'홀로서기'가 과연 가능할 지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대만의 독립적인 국민국가로서의 발전 가능성과 다원적인 대만사회의
통합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양안관계(우리의 남북문제), 지역감정, 권위주의 정권과의 투쟁 등
대만의 역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명기·서울대 동양사학과 박사과정·국립대만대학 역사연구소
연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