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어도 남에게 베풀 것은 있습니다.』
지난 89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레인 맨」에서 자폐증을 앓지만
숫자에 대해 초인적으로 밝은 주인공 레이먼드 배빗의 실제 주인공인 킴
피크 (51)가 미 전역의 학교와 장애자 시설들을 돌아다니며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피크는 어린 시절 머리가 보통 아이들보다 3배나 커 머리를 똑바로 들지
못하는 장애와 함께, 대인 관계를 극도로 기피하는 자폐증을 보였다.
아버지 프랜 피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의사들은 아들을
복지기관에 맡기고 잊어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킴 피크는 16개월 되던 때 이미 책 한권을 읽었고, 세 살 때
부모에게 「confident」의 뜻을 물었다가 『사전에서 한 번 찾아보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받고는 아예 사전 한 권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조사
결과 그는 평균 성인의 10배 속도로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도는 100%이다.
또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가 하면, 책을 거꾸로 들고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도 책을 독파한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피크는 지금까지 7800여권의 책을 깡그리 외웠다. 각종 야구 경기
기록이나 역사-지리-인물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동네 길 이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암기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외우고
있는 상태. 특히 숫자에 밝아 지금도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며 미
전역의 전화번호부 책들을 외운다.
그의 아이큐(IQ)는 73. 지금도 면도나 옷 입기 등을 혼자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와 함께 각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생년월일에
따라 태어난 날의 요일과 성장 후 취업했을 때의 정년을 맞을 날짜와
요일 등을 알려준다. 그 자신은 수많은 강연과 외부인과의 접촉을 통해
대인기피증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그는 『남과 다르다고 해서 남에게 베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지난 87년
「레인 맨」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더스틴 호프만은 촬영에 앞서
피크와 함께 지낸 뒤 『내가 스타일 지는 몰라도, 당신은 하늘』이라고
찬탄한 바 있다.
( 뉴욕=이철민특파원 chulmi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