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흉하게 빠진 내 얼굴이 서러워 울기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젠 병도 다 나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어 좋아요."
지난 2년간 소아암 치료를 받고 올 6월 완치된 박도빈(13)군이
의사선생님들에게 전하는 감사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자,
참석한 어린이 환자·보호자·의사 등 300여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힘껏
박수를 쳤다.
도빈군의 어머니 이은숙(40·경기 군포시 산본동)씨는 "우리 아들이
투병 중인 다른 환자들과 어머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7일 오후 4시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1층 대강당.
백혈병·만성신부전 등 중병을 앓다 이 병원에서 완치한 '어린
환자'들을 위한 '병상 졸업 축하잔치'가 열렸다. '의지의 대한민국
어린이' 87명은 '완치 금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며 그간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냈다.
99년 6월 발병, 지난달 치료를 마친 황효리(여·5·소아암)양의 어머니
구수경(39·부산 금정구 장전동)씨는 "머리수술, 방사선 치료 같은
어려운 치료를 잘 참아준 효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투병 중인 어린이 10여명이 힘든 치료과정 속에서도 틈틈이
갈고 닦은 '끼'를 선보이는 학예회가 열려 병원에 모처럼 '웃음꽃'이
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어린이병원학교에 다니고 있는 '병상 학생들'.
평균 2~3년 투병하고 있는 어린이 220여명이 작년 7월 설립된 '병상
학교'에서 영어, 국어, 음악, 미술 등을 배우고 있다.
박정호(가명·16)군은 '유모레스크' 바이올린 독주로,
박유리(가명·여·9)양은 노래 '사과처럼 벼알처럼'으로 관객들을
기쁘게 했고, 소아과 전공의 5명이 인기그룹 'GOD'를 흉내내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촛불 하나'를 랩과 춤으로 '선물'하자 어린이들은
깔깔댔다.
어린이병원학교 신희영(소아과 교수) 교장은 "오늘 꼬마
친구들의 '빛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용기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