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정일 평양회담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월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회담을 가졌다.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자주적
통일 추진' '이산가족·장기수 해결' '교류 활성화' '당국간
대화' 등 5개항의 6·15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두 차례의
이산가족 교환 방문을 비롯, 국방장관 회담, 남한 언론사 사장단 방북 등
교류협력 행사가 이어졌으나 우리 내부의 이념갈등도 깊어졌다.
◇경제상황 악화와 공적자금 추가 조성
IMF를 졸업했다던 우리 경제는 올해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특히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생산 증가율이
급락하고, 재고는 빠르게 증가하는 전형적인 경기후퇴의 조짐을 보였다.
'제2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64조원으로 충분하다던
공적자금은 우여곡절 끝에 40조원이 증액됐다. 여전히 공적자금의
집행과정과 구조조정의 성공여부에 대해 국민들의 의구심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 및 의료파업 사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의약분업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시행을 전후해 의료계가 5차례에 걸쳐 집단 파업에
돌입, 사상 초유의 진료공백 사태를 빚었다. 준비 안된 의약분업으로
국민들은 처방전을 들고도 약국에서 약을 제대로 살 수 없어 발을 굴러야
했다. 11월 의·약·정의 약사법 개정 합의로 갈등은 진정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돼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상과 12억원 가량의 상금을 받았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시상 이유로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기울인 평생의 노력, 특히 북한과의 평화·화해를 위한 노력"을 들었다.
김 대통령은 수상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도 감사를 표시했다.
◇ 2단계 금융·기업 구조조정 난항
올해 우리 경제 현실을 대변한 키워드는 「2단계 금융·기업
구조조정」이었다.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수차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우리 경제는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위기의 연속이었다.
「11·3 부실기업 퇴출」조치로 동아건설 등 52개 기업이 법정관리 또는
퇴출당했다. 7·11 금융노조 총파업을 경험한 은행구조조정은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선언을 낳았지만 노조의 장기파업 등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겼다.
◇ 검찰 중립성 시비와 탄핵발의
검찰이 「피고인석」에 섰다. 한나라당이 11월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것. 선거사범 편파수사와 잇딴
권력형 사건 수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탄핵안 처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 여당의 실력저지로 국회표결은 무산됐지만,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은 어느때
보다도 큰 한해였다.
◇ 한빛은행 사건등 잇단 금융비리
대형 금융비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박현룡 형제의 466억원
규모 불법대출 사건으로 매듭지어졌지만, 대출보증 외압설 및 정·관계
로비설은 결국 실세장관이었던 박지원 장관의 사퇴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이어 발생한 정현준·진승현씨의 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은
젊은 벤처 사업가들의 부도덕성과 잘못된 벤처기업 문화를 보여줬다.
◇ 4·13총선과 낙선운동
4월 13일 실시된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1당을 차지했고, 민주당 115석, 자민련 17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 5석 등이었다.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자민련과
합쳐도 원내 과반수에 미달해 불안한 정국구도가 이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특정 정치인들을 지목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 주가 폭락...몰락한 벤처붐
'대박'의 꿈을 키웠던 주식시장은 처참한 모습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특히 올 초 280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연말에 20% 수준인
52.01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프리코스닥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의 몰락이 잇따랐다.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개인들은 100조원 가량을 날린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폭락은
소비위축에 이어 사회적 냉소주의와 불신감 확산 같은 각종 사회문제도
야기시켰다.
◇매향리 사건 등 반미감정 확산
작년 노근리 사건에 이어 한·미 양국의 현안이 잇달아 폭발하면서
반미감정이 확산됐다. 파주 미군기지 폭발물소동에 이어, 4월 한국인살해
미군병사의 도주사건과 매향리 사격장 실전용 폭탄 투하 사건, 7월과 9월
미군의 독극물과 폐유 한강 방류 사건이 터져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여론에 불을 당겼다. 「미군의 존재」를 보는 사회의 다양한 시각이
표출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