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한 촌구석에 보잘 것 없이 생긴 다리 하나가 있다. 한 여자가 이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오면서 한 가정이 쑥대밭이 된다.

27일 밤 11시 KBS 2TV가 방영할 TV 문학관 '다리가 있는 풍경'(이민홍
연출, 박언희 극본). 소설가 전경린의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을
원작으로 삼지만, 원작과는 사뭇 다른 맛과 감동을 전해준다. 이휘향과
지수원이 하재영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로 출연하며, 도지원이 극을
이끄는 내레이터 역할로 나온다.

드라마는 고향을 20여년만에 찾은 30대 중반 프리랜서 사진작가
인혜(도지원)가 우연히 낯익은 다리를 발견하곤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된다. 71년 어느날 30대 중반 미모의 여성(지수원)이 다리를 건너
8살 인혜(김가영)의 아버지(하재영)를 만나러 온다. 아버지의
첫사랑이었던 여성은 아버지와 같은 군청에 다니게 되고,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억세기만 한 어머니(이휘향)는 분노를 참지 못한다.

어린 인혜는 그러나 어머니보다 우아하기만 한 아버지의 첫사랑 문계장을
더 따른다. 다시 시작된 아버지와 문계장의 사랑에 절망하던 어머니는
문계장의 임신 소식을 듣는다. 인혜는 어머니가 건네준 약을 먹고
문계장이 하혈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본다. 어머니가 약을 먹여 아이를
지우게 했구나 싶어 인혜는 어머니를 원망하게 된다. 결국 문계장도,
인혜 가족도 그 곳을 떠난다.

인혜는 오랜만의 귀향에서 한 마을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그
여자는 네 어머니를 만나기 전 이미 아이를 지웠어. 건네준 약은
항생제와 지혈제였던 거야. 네 어머니는 매년 이 곳에 찾아와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위해 불공을 올렸어.

연출자 이민홍 PD는 그간 '레테의 연가'(이문열) '가까운
골짜기'(강석경) '지구인'(최인호)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여러차례 연출했고, 작년엔 '학교' 16부작을 만들었다. 이번
연출에서도 역시 특유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원작의 기본 설정을 발전시켜
당시 시골까지 뻗친 유신의 암울한 체제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호흡이 짧은 대개의 드라마와 달리 은은하게 문학의 향취를 전해온
TV문학관은 공영방송에 적합한 대표적 프로그램. 그러나 제작비가 많이
드는데 비해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아서인지 1년에 몇차례만 제작되고
심야시간대에 방영되는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