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심야에 평양에서 끝난 제4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북측의 ‘전력 지원’ 요청을 공동보도문에 어떻게 담느냐와 이산가족 3차 교환방문 등 연내 이행하지 않은 것을 확정하는 문제를 놓고 밀고당기기식 절충 끝에 가까스로 합의를 이뤘다.

최대 쟁점은 북한측이 제기한 전력 지원. 북측은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이번 회담에서 확약하지 않으면 투자보장 등 4개 경협 합의서 서명도 못한다’며 버텼다. 북측은 그러나 남측이 짐을 싸며 결연한 입장을 보이자 타협쪽으로 돌아서 오후 6시55분쯤부터서야 남측과 머리를 맞댔다.

양측은 밤12시를 넘겨가며 수차례의 실무 접촉을 갖고 공동보도문 문안을 협의했으나, 북측은 전력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히 보장받으려 해 합의가 늦어졌다. 결국 ‘빠른 시일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 운영, 전력 협력, 철도와 도로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유역 수해방지 사업 추진문제 등 당면한 실무문제를 협의·해결한다’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북측이 이처럼 전력 지원에 매달린 것은 전력난이 심각한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9월 제주도에서 열린 3차 회담 때도 전력 지원을 요청했다가, 우리측과 합의하에 없던 일로 하기도 했다.

북한의 총 발전설비 용량은 739만㎾(남한 4698만㎾의 16%)이나, 실제 가동되는 것은 200만㎾ 정도. 발전용량 50만㎾의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7000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전력 지원은 발전 비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송·배전선 지원 및 유휴 발전소 가동 비용 등, 추가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국내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이산가족의 생사·주소 확인과 서신교환, 3차 교환방문 등은 북측 여건을 감안해 북측 안대로 내년 1~3월로 연기했다. 우리측은 생사·주소 확인은 조속한 시일내, 서신교환은 연내, 3차 교환방문은 내년 설(1.24.) 이전에 실시하자고 제안했었다. 또 북한의 한라산 관광단은 내년 3월, 북한 경제시찰단은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그러나 예정된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이뤄진 이번 합의는 상당 부분 북측의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나 북측의 ‘벼랑끝 전술’에 우리가 또 밀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전 "송배전선 공사만 1∼2년 걸려" ★

한국전력 관계자들은 대체로 북한에 대해 200만㎾의 전력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또 전력 지원 비용은 연간
1조8000억원이나 들 전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 설비용량은 4700만㎾ 수준이며,
공급 용량은 4600만㎾이다. 가장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의 경우 올해
최대 수요치는 4100만㎾였다. 하지만 여름철 이외에는 발전소
정비·수리·보수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중 내내 200만㎾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한전 전력거래소의 설명이다.

또 남북한간의 송·배전선 용량이 다르다. 북한 송·배전선은 러시아
체계를 따라 220㎸, 154㎸, 110㎸, 66㎸ 4가지 종류이며, 우리나라는
765㎸, 345㎸, 154㎸, 66㎸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66kV로는 전력 손실이
많고, 북측에 실제로 154㎸의 송·배전선이 있는지에 대해 북측은 답하지
않고 있다. 또 경기도 문산에서 황해도 개성간 30㎞의 송·배전선 건설
공사에만 1~2년이 걸린다.

그리고 노후화된 북한의 전력 시설과 남한의 설비가 연결될 경우,
북한에서 사고가 나면 남한에도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부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