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비타트(Habitat)운동의 일환으로 내년 8월 충남 아산에서 펼쳐질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2001'(JCWP) 대지 기증식을 위해
국제해비타트 운동본부 밀러드 풀러(Millard Fuller·65) 총재가 14일
방한했다.
풀러 총재는 이날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현지에서 운동본부가
마련한 8억여원으로 사들인 사업부지(2만8000㎡)의 기증서를
정근모(호서대총장)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JCWP행사가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는?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열릴 계획이었으나, 한국 본부측 요청과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하는 행사를 한국에서 갖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바꾸었습니다. 내년은 운동본부 창립 25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 사랑실천의 중심기지(hub)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북한에서도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 추진중이며, 이뤄지리라고 봅니다. (정 이사장이 추가 답변)
양측의 최고위층에서도 긍정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직
공표단계는 아니며, 몇년 뒤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나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었고 변호사였습니다. 1965년 어느날 제 아내
린다가 갑자기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집을 떠났고,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돈을 최고로 치는 제가 싫었던 겁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가난하게 컸던 저는 부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었는데,
아내는 사랑을 베푸는 삶을 포기한 저를 버리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30여년 전 1만2000달러를 주고 산 집을 빼고 가진 모든 재산을 팔아
모두 자선단체에 기증했습니다. 그리고는 아프리카에서 선교사 일을
시작했고, 3년 뒤 돌아와 제가 살던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흑인 빈민들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습니까?
"나는 정말 아내를 사랑했고, 다시 나 자신을 찾는 일이 좋았습니다.
아이들(4명)은 오히려 제가 시간을 많이 가져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많아진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인생
목표가 바뀐 것 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 스스로 많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지요."
―이 운동의 성과는?
"1976년 창립 때 제가 자원봉사자가 돼 첫 집을 지은 후 24년만인 지난
9월 뉴욕에서 전세계에서 10만번째 집을 지었습니다. 모두 50만명에게
혜택을 준 것입니다. 향후 5년내에 다시 10만채를 지을 계획입니다."
―기금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기업설득을 위해 4가지 근거를 듭니다. 첫번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살
집을 마련해 주는 일은 올바른 일이라는 것, 두번째는 기업의
종업원들에게 이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뢰를 준다는
점, 세번째는 일반인들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향상시킬 거라는 점,
네번째는 최고경영자나 하급직원까지 참여하니까 기업을 훨씬 잘
돌아가게 한다는 점입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이 운동에 참여한 동기는?
"1984년경 카터 전 대통령과 일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살던 카터 가족을 우연히 아침 산책길에 만난 뒤 카터에게 함께
일하자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때 당신 이름으로 기금을 모금하겠다는
등의 15개의 제안사항을 적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모든 것을 다
수락하겠다고 하더군요. 지금 카터는 자원봉사자의 입장에서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내년 8월에는 한국에도
와 호서대에 머물 것입니다."
―이 운동을 '성서적 경제학(biblical economics)'의 일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모두에게 공평함을 주창해온 기독교적 정신에 근거한 것입니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똑같은 부가 분배되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그 정신에
따라 가난한 사람도 부를 나눠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운동본부의 궁극적 목표는 전 세계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집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보십니까?
"나는 매우 낙관적입니다. 25년 전 이 운동을 처음 미국에서 시작할 때
역시 경제적 하향기였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만큼 조직이
성장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봅니다."
―한국 국민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내년 8월의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 한국인들 모두가 우리를 알고, 이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대학으로 연결돼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한국인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이 운동을 확산시키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해비타트 운동
국제 해비타트(Habitat) 운동본부는 주택 신축, 보수 등을 통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 해결을 꾀하는 국제적 기독교 자원봉사단체이다. 197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밀라드 풀러 총재가 설립한 이래 전 세계 76개국에서
10만채의 주택을 공급해왔다. 특히 콩고와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등에
화해의 집을 짓는 등 사회통합과 공동체 형성에 기여해왔다는 평을
받았다.
이 운동을 통해 지어지는 주택은 수용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을 위한
연립형 공동주택으로 통상 전용면적 15평 규모이다. 입주가정은 주택건설
원가를 15년 동안 무이자 분할상환하며 지상권만 갖는다. 대지에 대한
소유권은 현재 운동본부측이 갖는다. 특히 입주가정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입주가정 구성원들은 500시간 이상 건축에 동참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해당 가정은 주택이 지어지는 지역
주민이고, 가계 소득이 중류층 가정의 50~60%를 넘지 않는
서민가정이어야 한다. 또한 원가 상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립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원봉사자들이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주택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든 공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연령별로는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전문 건축인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