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사육되는 닭 진저는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탈출을 감행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농장 주인 트위디가 달걀을 얻는 대신 닭들을 아예
치킨 파이로 만들어 팔기로 결심하자 이를 알아챈 닭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어느날 미국에서 왔다는 수탉 록키가 하늘을 날아 농장에
도착하자, 진저를 비롯한 닭들은 그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치킨 런'(Chicken Run·16일 개봉)은 영국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닉 파크와 피터 로드가 공동 감독한
'치킨 런'을 보다보면 점토 인형을 1초에 24번씩 아주 조금 움직여가며
촬영하는 제작방식에 대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언제 완성될까싶게
시간과 지리한 싸움을 벌이는 수공업적 제작방식이지만, '치킨 런'은
그 속에서 멜러와 코미디에서 스릴러와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능숙하게 변주한다. 파이 기계 내부에서 진저와 록키가 벌이는 사투
장면이나, 모두가 대탈주를 벌이는 클라이맥스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갖는 놀라운 표현력의 또다른 정점이다.
아드만 스튜디오가 드림웍스라는 할리우드 메이저와 손을 잡았기
때문일까.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닭농장을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사실 아드만 스튜디오
특유의 빼어난 상상력과 표현력보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화술과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는 스펙터클 창조에 더 중점을
뒀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최고작 '월레스와 그로밋'에서 달을
치즈덩어리로 묘사하고, 전자 바지를 입고 벌이는 소동을 기발하게
그려냈던 것을 다시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지나치게 '주류적인' 이
영화의 화술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멜 깁슨이 록키 목소리
연기를 맡은 '치킨 런'은 올 여름 미국에서만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드림웍스를 디즈니의 최대 라이벌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