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투데이는 지난달 1면 머릿기사로 "(미 대선의) 승자가 살아 남으려면
치유자가 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의 12일 수작업 재개표 위헌 판결로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반쪽 당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지지율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 뒤진 데다, 한달여를 넘긴
소송공방을 통해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됐다. 연방대법원마저 5대4로
분열, 그의 승리의 정당성은 상당히 취약해졌다. 만일 언론과
연구단체들이 플로리다 선거당국에 대한 정보접근권을 이용, 4만5000여
'논란표'들에 대한 수작업 재개표를 실시함으로써 고어가 이긴 것으로
드러날 경우, 부시는 집권 기간 내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향후 미 정국의 최대 초점은 이같은 정통성 약화와 국론 분열을 추스려
나가는 과업을 달성하는 데 당사자인 부시가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이다. 그가 당장 선거 분쟁으로 인한 갈등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3분의 1가량에 이르는 상당수
민주당원들은 수작업 재개표를 할 경우 고어가 승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가 연방대법원을 업고 승리를 도둑질했다고 여기고 있다.
공화당 첵 헤이글 상원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매우 거대한 구름과 함께
집무하게 될 것"이라며 "국정을 이끌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얼마전 "미국이 차기 대통령은 취임 첫
날부터 사실상 레임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선 기간 내내 자신이 '화합형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한
부시에게는 이같은 역경이 새로운 시험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대선
토론회 때마다 텍사스 주지사로서 주 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과 협력한
사실을 거론했었다. 그는 차기 행정부 조각 인선과 관련 "큰 그물을
치고 있다"며 민주당 인사들을 포함, 폭넓은 인재 등용을 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폴 그론크 듀크대학 교수는 "부시가 공화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도적인 행정부안을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여론이 마치 바늘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단합을 가속화시키는 쪽으로 형성될 수도
있다고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전망했다.

부시의 통합정치의 향방은 우선 고어가 어떤 수위의 승복 연설을
하느냐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어가 부시 당선
확정자에 대한 협력에 수동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에는 부시에게 큰
부담이 된다. 반면 고어가 무조적인 협력 선언을 통해 대승적(대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부시는 그나마 숨통을 돌릴 수 있다.

부시는 맨 밑바닥에서 시작하고, 바로 그점이 그의 최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