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의 테스트' 1타차로 퀄리파잉스쿨 통과…
"내년 목표는 우선 상금랭킹 100위권 진입"##
올 시즌 한국 남자 프로골퍼로는 처음으로 미국PGA투어 정규멤버가 된
최경주(30·슈페리어·스팔딩·88CC)가 내년에도 미국에서 좀더 나은
조건으로 2년 연속 활동하게 됐다.
미PGA투어는 흔히 야구의 메이저리그, 농구의 NBA에 비견된다. 물론
최경주는 벌어들 이는 돈이나 대중적 인기도에서 LA다저스의 박찬호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라는 종목만 놓고 본다면 미PGA투어에
2년 연속 출전권을 얻었다는 것은, 박찬호의 두자릿수 우승과 다를 바
없는 쾌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올 시즌 상금랭킹 125위 이내에 들지 못했던 최경주는 '지옥의
테스트'라는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을 다시 거쳤기 때문에 2001년
출전권이 너무 소중하다.
매년 열리는 Q스쿨에는 청운의 꿈을 품은 골퍼들이 1000여명씩 몰리며,
1차예선(4라운드)부터 무려 3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단계가 최종예선이다. 최종예선은 170여명이 진출하는데, 하루
18홀씩의 피를 말리는 시합을 무려 6일 동안(108홀) 치른다. 여기서
35위(공동 스코어 포함) 이내에 들어야만 다음 해 출전권을 얻는 것이다.
물론 50위까지는 트레이닝코스와도 같은 2부투어(바이닷컴투어. 대회
수도 훨씬 적고 상금액은 쥐꼬리 수준임)의 어느 대회나 나갈 수 있는
풀시드를 준다. 나머지 150위까지는 그나마 조건부 출전권이다.
청각장애인 골퍼 이승만은 1차예선과 2차예선을 어렵사리 통과해
3차예선에 나갔지만, 결국 150위 근처로 밀려 바이닷컴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얻는데 그쳤다.
최경주는 올 시즌을 투어에서 뛰었고, PGA투어 상금랭킹이 1·2차
예선은 면제받는 위치였기 때문에 최종예선으로 바로 갔다. 그러나
최종예선은 두 차례의 예선을 모두 거친 쟁쟁한 후보들이 몰리는 곳
아닌가. 따라서 어려움은 더 했다.
●15언더파 417타로 공동 31위
최경주는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15언더파
417타(71·72·66·69·71·68)를 쳐 공동 31위에 랭크됐다. 1타만 더
많이 쳤어도 내년 대회 출전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드 확보가 확정된 12월 5일(한국시각) 아침. 최경주는 LA 근처
라퀸타의 PGA웨스트 골프장 클럽하우스 주변에 있었다. LA로 돌아가 하루
이틀 구경을 하려고 부인 김현정씨와 함께 가방을 꾸리던 중이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Q스쿨에 안갈랍니다.
지긋지긋합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첫날 88위, 2라운드 100위, 4라운드
53위, 5라운드 52위까지 떨어졌던 그로서는 사실 "지옥에 갔다 온
기분"일 것이다.
"엿새 동안 내내 몸이 피곤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경기하기 좋은 조건이었고, 4타 정도를 줄이면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맞아 떨어졌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쁩니다."
그는 스폰서 회사인 슈페리어 오픈 참가와 SBS가 주관한 스킨스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시즌을 끝내고 11월 초순 일시 귀국했다가 LA로 향했다.
서울에서 대회도 치렀지만, 지인들을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면서 긴장이 풀어지고 나중에는 "진이 빠졌는지
모른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골프채를 휘두르면 공은 날아가지만 휘두르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꽤 차이가 난다. 최경주는 엿새 동안 Q스쿨을
치르면서 "후반에 가니 체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자주했다. 어려서
역도를 했고, 꾸준히 운동을 해 온 그가 체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는 게
이상하지만 사실 맞는 말이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리듬이
흐트러져 컨디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경기가 끝나갈 무렵 최경주는 15언더파면 통과, 14언더파면
탈락이란 것을 알았다. 5라운드까지 11언더파였던 그로서는 사생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4언더파를 쳐 거의 목표 지점에 다다랐을
때 마지막 홀 퍼팅은 오르막 약 6 짜리였다.
'넣으면 통과고 실패하면 탈락'인 상황. 그는 심장이 쿵쿵 뛰고
퍼터를 잡은 손이 하도 덜덜 떨려서 꽉 힘을 주어 일단 진정을 시켜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기도를 했다(그는 부인과 함께 기독교 신자다).
그랬더니 마음이 진정되면서 퍼팅 라인이 보이더라는 것.
최경주는 이 퍼팅 성공으로 2001년 시드를 거머 쥐었으며,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우선 그는 PGA투어 정규멤버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 또 1년간 투어를 경험했기 때문에 훨씬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최경주는 올해 30개 골프장의 야디지북(Yardage Book)을 모았다. 모두
올해 투어를 뛰면서 처음 가본 골프장들의 지도다. 그는 이 가운데 한
곳(에어캐나다챔피언십)에서만 톱10에 들었을 뿐 나머지 골프장에서는
모두 잘 치다가 망가지는 경우를 당했다. 그러나 야디지북을 확보한
골프장에서 내년에 또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올해 정규대회 우승자들을 제외하고는 내년 시즌을 오픈하는
대회가 될 하와이 소니오픈에 나가지 않을 작정이다. 지난해만 해도
가능한 한 많은 대회를 나가 상금을 타내야 시드 순위를 높이고, 그래야
다음 해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리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내년에는 대회 ‘골라서’ 출전
"올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내년에는 대회를 '골라서'
출전하면서 꼭 상금랭킹 100위 이내에 들 것입니다." 랭킹 100위
이내에만 들면 사실 미국에서 활동하는데 아무 걱정이 없다. 상금도
일정하게 버니까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다음 해 시드 걱정을 안하니까
훨씬 여유 있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그러면 목표로 하는 톱10도
쉬워진다.
최경주는 "2~3년 내에 미국에서 상위권 선수로 자리잡겠다"면서
"지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2~3일의 짧은 LA 구경도 사치스러워 아내와 아들 호준을
데리고 잭슨빌로 서둘러 돌아갔다. 이곳서 동계훈련을 통해 숏게임과
퍼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군살을 빼 투어를
뛰는데 필수적인 체력을 보강하는 데도 집중할 예정이다.
한편 최경주는 한숨을 돌렸지만 Q스쿨을 통과하느냐, 떨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프로골퍼들의 이야기는 참 많다.
내년도 시드를 얻은 유명 선수로는 퍼울릭 요한손(34·스웨덴), 키스
클리어워터(41)를 꼽을 수 있다. 요한손은 유럽투어에서 5승을 올린
중견으로 라이더컵에도 두번 출전했다. 이번에 그의 '처남'인 예스퍼
파르네빅과 미국 무대에서 함께 활동하려고 Q스쿨에 응시, 최경주와 같은
순위로 통과했다. 요한손은 파르네빅의 동생인 여자친구 질과 함께 동거
중인데, 한국식으로 치면 아직 정식 처남은 아니지만 공인된 관계다.
Q스쿨을 치르는 동안 질은 내내 요한손의 곁을 지켰다.
클리어워터는 97년 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Q스쿨에 실패했다가 이번에 공동27위로 자격을 얻었다.
Q스쿨은 그러나 절망한 선수들의 이야기로 더 가슴 아프다. 1타차로
탈락한 케이시 마틴(28)은 다리의 혈행장애가 있는 장애인으로 카트
소송을 내 유명한 선수다. 99년 2부투어인 나이키투어(현재
바이닷컴투어) 상금랭킹 14위로 PGA투어 출전권을 얻었으나, 올해
상금랭킹이 179위로 처져 Q스쿨에 응시했다. 마틴은 다시 바이닷컴투어로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흑인인 팀 오닐은 17번홀까지
16언더파를 기록, 마지막 홀을 보기만 해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뒤 벙커와 러프를 전전하다 트리플보기, 고배를
마셨다.
(나종호 스포츠레저부 차장대우·naj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