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보〉(179~193)=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은 인생사나
바둑이나 마찬가지다. 어제까지 신기의 재산 증식으로 선망받던
젊은이가 오늘 구속되고, 펄펄 날던 운동 선수가 하루 아침에
식물 인간이 되기도 하는 게 인간사다. 바둑은 이 점에서도 사람
사회를 빼다 박았다.

180을 생략하면 흑 '가'백 '나'때 흑'다'로 거대한 백
대마가 두 눈을 갖출 수 없게 된다. 181이 묘한 장면. 팻감을
썼으니 당연히 따내야 할 것 같은데,실은 이 수가 실착이었다.
참고도 흑 1,백 2 교환 후 두어야 했다는 얘기. 어차피 팻감은
흑이 많으므로 국지적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내친 김에
182로 밀어왔을 때 흑은 183으로 후련하게 패를 해소했다.
차이는 꽤 좁혀졌으나 흑의 우세는 아직 지속되고 있다.

184는 '라'가 더 큰 곳.하지만 그랬어도 백은 미세하게나마
부족했고,184가 극적 역전승의 발판이 됐으니 그 운명적 흐름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백이 190까지 최대한 파고들자 루이는
무심코 191로 차단(?)한다. 순간 이세돌의 손길이번개같이
192.아니 이 흑 대마가? 검토실은 갑자기 소란해졌고 루이의
부군 장주주의 얼굴은 흙빛이 됐다. 아닌게 아니라 이 흑 대마는
어찌되나.

(이홍렬 hr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