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열두살 때 말인데요…"
너무도 어설픈 '늙은척'. 이제 스물넷의 박진만(현대)이 꺼내놓는 '12년
전의 일기책'에는 코흘리개 김수경(21)의 아홉살이 들어있다.
두 선후배는 줄줄이 인천 서화초등학교를 다녔다. 톱타자 겸 에이스 투
수라며 박진만이 한참 잘난 체를 하던 6학년때, 3학년 꼬마 김수경이 야구
부를 찾아왔다.
"비쩍 마른데다 아주 작았어요. 글러브 끼워주기엔 너무 어린 아가였어
요."
그렇다면 김수경이 기억하는 박진만은?
"우와, 제대로 못쳐다 봤죠. 얼굴이 가물가물해요."
12일 둘은 나란히 추억속의 교정을 찾아간다. 서화초등학교의 특별한 초
대. 지난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진만과 김수경에게 학교의 이
름을 빛낸 공을 칭찬해 공로패를 준단다. 귀한 상을 받을 유니콘스 두 스
타는 답례로 야구부 어린 후배들에게 일일 야구강습의 '깜짝 선물'을 나눠
줄 계획이다.
"공로패라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아 우쭐해지는데요."
열두권의 달력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지금 현대에선 똑같이 형들의
눈치를 보는 '어린 것들' 처지. 초등학교나 인천고 때는 감히 대선배 박진
만에게 제대로 말도 못붙였던 김수경이지만, 현대에선 만만한 '또래 형
님'으로 삼는다.
12년만에 찾아가는 초등학교 교정에서 선배는 오랜만에 큰형님의 위엄을
벼른다.
"글쎄, 이제 좀 힘들텐데요."
형님보다 두뼘은 커져버린 후배의 능청스런 반응. 그저 사이좋게 오래
전 그 운동장에 묻었던 순수한 꿈을 다시 찾아 온다면 가장 행복한 소득이
겠다.
'이승민 기자cjmin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