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시집 한 권을 산다면….) 아주 독특한 상상력의 시집 한 권을
독자들께 권할 수 있는 날은 괜히 들뜬다. 최돈선 시인의 '물의
도시'(고려원). 행갈이나 연의 구분이 없는 단연의 산문시들로만
엮였다. 난숙한 문명의 배설물로 악취 서린 대도시의 주민들에게 악마적
복음이 던져진다. 그들의 부조리 오염은 시인의 독설로만 씻겨진다. 그의
시어들은 토막토막 마침표로 끊어져 있다. 불완전한 문장들의 연속이
불편하지는 않다.

'물의 도시는 꿈틀거리는 욕망의 구렁이. 산을 먹고 들을 먹고 강을
먹는 식욕 왕성한 구렁이. 구렁이는 점점 더 자란다. 사람들은 이
황금구렁이를 위하여 산을 까뭉개고 들을 파헤치고 강을 막는다'(어느
소녀가 백일장에서 쓴, 물의 도시에 관한 소름끼치는 산문' 중에서).

이 구렁이는 급기야 사람을 잡아 먹는다. 주민들은 이 식인귀에게
아이들을 갖다 바친다. 식인 리스트에 아이들의 이름을 등재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 섹스를 한다.

물의 본질은 삼킨다는 것이다. 물의 도시는 욕망의 범람일 것이다.
시대는 불행하고, 주민의 체내에는 울분과 증오의 납들이 쌓여 간다.
그래서 '검은 가스층으로 꽉 찬 하늘엔 구렁이에게 잡아먹힌 아이들의
이름이 유령처럼 떠나닌다'(〃). '갖가지 신들의 형상이 희미하게
새겨진 벽화에선, 가장 배타적인 삶의 피가 말라붙어 있고, 저 먼 원시의
종교는, 이윽고, 침묵의 아가리 속에서 오랜 평화의 무위로 남을
것이다'('아가리 종교' 중에서). 그 무통의 도시에서 독자보다
먼저 피를 흘리는 최 시인이 있기에 조그마한 위안일 뿐이다. (…그것은
영혼의 집을 한 채 장만하는 것이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