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일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의 남한 호적을 회복시켜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산가족들의 유사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법상 금지된 중혼이나 상속재산에 대한 분배 문제 등에 대해 남북한
모두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법률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김재환씨 형제의 호적정정 신청의 경우 우리 헌법이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북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하더라도 생존이 확인되면 제적 이전의 호적을 되살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사망이나 실종신고로 호적에서 지워진
사람의 생존이 확인된 경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 호적에
실려있다 삭제된 북한 가족의 호적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북한 가족의
생존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등을 관할 법원에 제출해 확인절차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호적정정은 남한에 호적이 이미 있던 북한 주민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북한 주민이 새롭게 남한 호적을 취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호적법상 호적을 새로
취득하려면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은 우리나라에서
법률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월남 실향민들은 지난 60년대 초 특별법에 따라 남한에서 호적을 새로
얻으면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호적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불이익 때문에 올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설령 올렸다고 하더라도
'미수복지구'에 거주한다는 것이 명시돼있기 때문에 남한의 재산 등에
대한 법률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상속 문제의 경우, 예를 들어
남한의 아버지가 남한의 큰 아들과 북한의 작은 아들에게 반반씩 재산을
상속했다고 하더라도 북의 아들은 현 체제가 유지되는 이상 이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남북 교류가 높은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북한 주민이 남한 재산을 상속받더라도 남북간의 개인
소유권 인정 문제 등이 달라 현실적인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혼 문제도 마찬가지. 북에 있는 남편이나 부인이 남한에 있는
배우자의 재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남한 법원에 출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률절차의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이런 잠재적인 문제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정우 변호사는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중혼 및
상속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통일시대에
대비한 우리의 법률연구가 너무 미비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독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법률정비를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