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중인 딸의 귀국 비용과 별거 중인 아내가 살고 있는 집의
월세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은행에 침입, 거액을 훔쳐 나오던 전
중소기업 사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8일 S은행 명동지점에 들어가 직원들이 점심 먹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출납창구에서 6000만원을 훔치려 한 혐의로
박모(49·서울 성동구 자양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직원 150여명을 거느린
청소용역 업체 사장이었으며, IMF체제 당시엔 모 대기업 이사로 서울
서초동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외동딸(19)을 미국 고등학교로 유학보낼
정도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98년 다니던 대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퇴사, 친척들
도움으로 3억원의 사업자금을 모아 그해 말 청소용역업체 D사를
차렸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이 회사는 연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자리잡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로 자금난을
맞았고, 급기야 지난 10월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그는 이후 집도 빚으로 날리고, 부인과 별거하며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전전했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범행 며칠 전엔 유학간 딸에게 전화해 『학비를 보내줄 수 없으니
귀국하라. 귀국 비용은 곧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아내가 살고 있는
월셋집도 4개월째 월세가 밀린 상태에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박씨는 평소 거래하던 은행지점의 경비가 허술한 했던 것을 생각해 냈다.
박씨는 7일 점심시간을 이용, S은행 명동지점 출납실에 들어가 1만원권
지폐 1000장 묶음 다발 6개를 쇼핑백에 담아 나오다 은행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히는 바람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