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출입하는 사진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의원들의 의정활동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본회의장은 천정이 높아 의원석에서는 위가 캄캄해
보인다. 그런데 위층에 마련된 사진기자석에서 내려다보면 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망원렌즈 속에 확연히 잡힌다고 한다. 회의 도중 하품을
하거나 조는 모습은 물론 오가는 쪽지 내용까지 읽힌다는 것이다.
내용도 가지가지라는데, 주로 점심약속이나 골프약속이 많다고 한다.
장재식 예결위원장이 민주당 김경재 의원에게 보낸 메모도 통상적인
것인데 「박살내라」는 대목이 사진기자의 눈길에 걸려 지상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메모를 보낸 장 위원장이나 읽다가 들킨 김 의원은
기분이 몹시 상했을 것이다. 김 의원은 『언론이 이렇게 사진을 마음대로
찍어도 되느냐』며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서양에서 말하는 파파라치와 같은 행위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공인이고 그들의 의정활동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김 의원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흥분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는 고사하고 도대체 국회의원이
의사당내에서 하는 행위가 어째서 사생활이라는 것인지 상식이하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공사조차 구분을
못하니 국회가 이 지경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서양의 파파라치와 같은 행위」라는 표현은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지난 97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파라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찍어 신문이나 잡지에 파는 사람들이다. 김 의원은
자신을 연예인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의정활동과 술먹고 노는
행위를 구분할 줄 모르는 모양이다.
메모를 들켰으면 부끄러워하는 게 도리다. 장 위원장도 예결위
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는데, 김 의원만이 파파라치 같은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미국망명 시절 언론활동을 한 사람답지 않은
억지다. 억울하면 원인제공을 하지 말든지, 국회의원이면 공인으로서의
「세금」을 당연시해야 하지 않을까.
------------------------------------------------------------
○팔면봉 ○
-- 검찰, 진승현씨 자금 정보 입수해 추적 중. 말은 많은데 찾지
못하니 대단한 비밀자금인가봐.
-- 미 대선, 법원 판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유력. 각목도
란투극도 없이 '법대로…' 됐네.
-- 민주, '권로갑 퇴진론' 당내 논란 확산. 쿠데타는 성공하면 공신,
실패하면 역적…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