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4일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승복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를 위해 집계 마감시한을 지난달 14일에서 26일로 연기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의 결정을 파기 환송한 것은 사실상 수작업 재개표 결과를 무효화하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당초 분할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것은 그만큼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고어 후보측이 플로리다 주 법원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마이애미 데이드와 팜 비치 카운티의 수작업 재개표 재추진 소송은 물거품이 됐다. 이날 낮 이에관한 결정을 내리려던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도 대법원 결정을 검토한 이후로 연기시켰다.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연방대법원의 환송에 따라 재심리를 착수할 예정이지만, ‘마감시한을 연장한 근거가 명확지 않다’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고어측의 마지막 희망은 세미놀 카운티에서 진행 중인 1만5000여 부재자 투표 무효소송이다. 법원이 만일 이같은 규모의 부재자 투표를 집계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리면 부시는 5000여표를 잃게 돼, 고어가 역전하게 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고어가 승소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다.
고어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연방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고어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어진영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대선을 둘러싼 소송이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승복을 미룰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고어는 이에 앞서 3일 저녁 CBS방송의 시사토론 ‘60분(Sixty Minutes)’에서 레슬리 스탈 기자가 (플로리다 선거당국의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승리 발표에 대한) 승복 여부를 캐묻자 “결국 모든 절차(processes)가 마무리되고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면 그는 나의 대통령이자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승복한다면) 데드라인이 언제냐”는 스탈 기자의 질문에, “모든 투표가 집계된 후”라고 말해, 마이애미 데이드 등 플로리다 일부 카운티에서의 수작업 재개표를 끝까지 요청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스탈 기자가 “(승복한다면) 시기가 언제냐”고 다시 묻자, 마지못해 “12월 중순쯤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곧이어 “예상은 빗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체니는 3일 NBC의 “언론과의 만남(Meet the Press)’에 출연, 사회자인 팀 러서트가 “고어가 불쌍한 패배자(sore loser)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점잖게 고어의 승복을 촉구했다. “이제 고어가 물러나야 할 때다. 그가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그의 특권(prerogative)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가 가까운 장래에 이번 사태를 종결한다면 역사는 그를 보다 밝은 관점에서 조명할 것이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