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동의 기초가 되는 실업계 고교를 살리자.”
오는 6~8일 신입생 원서 접수를 받는 서울 시내 실업계 고교가 학생
유치에 막바지 비상이 걸렸다. 실업고 교사들이 중학교를 방문해 홍보를
하는가 하면, 중3 학생들을 초대해 교내 설명회를 갖기도 한다. A고
교사는 "같은 중학교에서 학교 홍보에 나선 다른 실업고 교사와 마주쳐
머쓱해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B고 교장은 "충분한 출장비를 지급해
줄 형편이 안돼 오로지 자원한 교사들의 '봉사정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내 84개 실업고 전체 신입생 모집정원이 12% 넘게 미달한 데
이어, 2001학년도에는 정원의 40% 가까이 밑돌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
이런 실업고 정원미달 사태는 전국적인 현상. 4일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원서접수를 마친 지역 중 충북은 122명(정원 8939명), 전북은
590명(정원 9858명), 경남은 791명(정원 1만2825명)이 정원에 못 미쳤다.
또 광주 1.09대1, 울산 1.14대1, 경기 1.05대1 등 다른 곳의 지원율도
매우 낮았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 서울 청원여자정보산업고가 인문계
고교로 전환할 예정이고, 마산상고·목포상고·광주상고 등 지방
명문고도 일부 동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인문계 전환을
확정했다.
문제는 '무조건 대학 진학'을 주장하는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학생의
적성과 소질이 무시된다는 점이다. 강성봉 서울시교육청 과학산업교육과
장학사는 "부모의 반대로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다가 적응을 못해 자신이
원하는 실업고로 전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홍진기 성동여실 교장은 "사회적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기초
산업인력 양성'이란 국가 전체적 시각에서 실업고를 키워야 한다"며
"고입 연합고사가 없어진 뒤 적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인문계로 진학한
학생의 경우 좌절감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덕조 덕수정보산업고 교감은 "실업고에 입학하면 대입 길이
막힌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실업고의 경우 내신에 유리하고
전공을 살릴 수 있어 동일계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실업고 신입생 정원을 현재 학급당 42명에서
35명으로 조정했다.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수업
분위기를 좋게 하자는 취지로 일선 실업고가 낸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첨단학과 인력수요와 학생 선호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편,
실험실습 예산 증액, 장학금 확대 등 실업고 활성화 방안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