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 이봉주(30·삼성전자)가 후쿠오카국제마라톤에서 2위를
기록,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3일 정오. 일본 후쿠오카 헤이와다이경기장. 이봉주는 15개국에서
출전한 132명과 함께 출발선을 떠났다. 늘 하던대로 태극마크가 그려진
띠를 머리에 두른 이봉주는 선두그룹으로 전진을 계속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24위를 차지한 이후 생겨난 "이봉주는 끝났다"는
우려를 일소하겠다는 듯 팔 동작도 경쾌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넘어졌던
15㎞지점도 무사히 통과했다.

이봉주는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자그네 아베라(이디오피아)
등과 함께 달리다 28㎞지점에서 위기를 만났다. 일본의 신예 후지타
아쓰시가 슬글슬금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부터였다. 이봉주는 5위로
처졌다. 안간힘을 썼지만 후지타와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져 130m .
얼굴이 일그러졌고 자세까지 흐트러졌다. 앞서가는 4명 중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봉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드니 이후 훈련을 시작한 지 아직
4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명예회복을 위해 나선 레이스였기 때문이다.
또 결혼도 미루며 이 대회에 나선 그였다.

이봉주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특유의 막판 투혼이었다. 그는 오랜
선두싸움에서 지친 아베라를 41㎞지점서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어
경기장에 들어오기 직전 압델라 베아르(프랑스)마저 제치고 2위로
골인했다. 2시간9분04초.

자신의 최고기록 2시간7분20초에 훨씬 못미쳤지만 이봉주는 "무엇보다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 수확"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막판 독주로 우승한 후지타는 2시간6분51초를 마크, 아시아
최고기록(99년·이누부시 다카유시)을 6초 앞당겼다. 1m66·52㎏으로
이상적인 체격을 갖춘 후지타는 지난해 비와코대회에서
준우승(2시간10분7초)하며 얼굴을 알린 뒤 세비야육상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올라 일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