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테러범의 뉴욕 ‘핵소동’
▶피스메이커 : MBC TV 밤11시10분. ★★★☆(별 5개 만점).
스필버그가 이끄는 드림웍스의 첫 작품. 미미 리더는 드라마와
균형감각을 살려가며 진지한 오락 액션영화 한편을 엮어냈다.
그녀는 이 데뷔작에 이어 '딥 임팩트'까지 히트시켜 여자
감독의 장르 벽을 허물었다.
서방 세계의 유고 내전 처리에 좌절한 보스니아 테러리스트가
러시아 핵무기를 빼돌려 맨해튼 복판에서 터뜨리려 한다. 조지
클루니와 니콜 키드먼이 그를 저지하는 미 정부 요원으로 출연했다.
볼거리에 집착해 드라마를 희생하는 여느 액션물과 달리, 현실에
바탕한 문제의식과 강렬한 주제의식이 실감을 더한다. 때묻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슬픔에 젖는 테러리스트에게선 고뇌하는 햄릿
냄새까지 난다. 비엔나 거리에서 벌이는 카 체이스도 볼거리.
후반 뉴욕 추격장면이 너무 긴 게 흠이다. 원제 The Peacemaker.
97년작, 123분.
낭만을 꿈꾸는 소녀
▶ 녹색 광선 : EBS TV 밤10시30분. ★★★★. 프랑스 누벨 바그
일원인 에릭 로메르의 '희극과 속담' 연작 가운데 5번째이자
가장 뛰어난 작품. 낭만을 꿈꾸면서도 무뚝뚝하고 음울한 소녀(마리
리비에르)가 바캉스 철에 외토리가 됐다가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
여름 바닷가라는 '로메르적 공간'에서 게으름 부리듯 느릿하게
펼치는 사유와 스케치가 문득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즉흥적 연출로
무미해 보이는 전반부를 견뎌 내면 시간이 갈수록 빨려 든다. 해 질
녘 하늘과 바다가 빚어내는 녹색 빛을 삶의 진실에 비유한다. 결말이
감동적.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원제 Le Rayon Vert. 86년작,
90분.
배신당한 남녀의 복수
▶ 패자부활전 : KBS 2TV 밤10시40분. ★★★. '닥터 봉'이광훈
감독과 방송작가 주찬옥이 만난 로맨틱 코미디. 각기 애인에게
배신당한 남녀(장동건·김희선)가 복수를 공조하면서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엎치락 뒤치락 소동을 곁들인 드라마가 탄탄하고, 잔 재미도
있는 유쾌한 소품. 장동건이 느긋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십분 매력을
발휘했다. 김희선도 활달하고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잘 들어 맞을
듯했지만 표피적 연기에 그치고 말았다. 97년작, 8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