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배 세계 기왕전에 팬들 운집…유단자급도 100명 넘어 ##


파리의 바둑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11월 14일 파리 루떼치아호텔서
벌어진 조선일보 주최 제5회 LG배 세계 기왕전에는 100명이 훨씬 넘는
바둑 팬들이 운집, 동양의 신비에 흠뻑 취하며 세계적 강자들의 정면
승부에 환호했다. 유럽에서 벌어진 최초의 국제 대회인 탓인지 영국 독일
등 이웃 나라 동호인들까지 적지 않게 몰려왔다는 얘기.

매니아들은 출전 기사들의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가 하면 기념
사진을 요청하는 등 대국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열광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대국 시작 후 별도로 진행된 다면기와 공개 해설, 대진 추첨에
이르기까지 하루 내내 계속됐다.

다면기 행사에는 29명이 선정돼 한국서 온 3명의 프로 기사들로부터
지도를 받았는데, 아홉살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 분포를 보였으며
여성도 2명이 포함됐다. 초등학교 1년생인 밥티스티 노아(9) 군은 이날
행사를 위해 학교까지 빠졌다. 2년 전 바둑을 배우기 시작, 몬트뤠일
클럽에 나간다는 노아 군의 지금 실력은 11급. 이상훈 삼단에게 9점을
놓고 패했다.

노아 군의 아버지 프랑소아 노아(46)씨는 아들의 곁에 앉아 바둑 진행
수순을 기록지에 정성껏 기록했다. 프랑소아씨는 7급의 기력으로, 노아
군의 동생(6)도 얼마 전 바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미니크 포니어란 이름의 한 여성은 프랑스 급수로 1급 실력. 문용직
사단에게 6점을 놓고 한 판을 배웠다. 10년 기력으로 4년 전부터 레알
지구 레스코란 이름의 클럽에 매주 3, 4회씩 나간다는 그녀는 "바둑을
둘 때마다 매번 새로움을 깨달아 가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했다.

프랑스 바둑의 역사를 일군 개척자는 뜻밖에도 한국인이다. 임갑
선생으로, 한국 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76) 구단과 동갑이다. 국내에서
교편을 잡았던 임 옹이 67년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바둑 룰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전국에 5명 뿐이었다고 한다. 알레겐이란 이름의 러시아 체스
챔피언이 프랑스로 망명, 결국 굶어죽었다는 시절이다.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임 옹이 프랑스 바둑의 마이스터로 자리잡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

고등사범학교와 뽈리 테크니크 등 프랑스 최고 수재들을 지도한 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었다. 그들은 비상한 두뇌로 바둑에 빠져들었고 바둑
인구도 크게 확산돼 갔다. 노동 허가증을 발급받으며 생활 기반을 잡은
임 옹은 바둑을 중국 고전 철학과 연관시키는 전략을 썼다. 지적 욕구가
왕성한 프랑스인들의 정서를 파고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프랑스 바둑 인구는 약 1500명 정도를
헤아린다. 유단자급도 100명 정도에 이르는데, 그 실력 기준이 매우
높다. 한 마디로 단위나 급이 '짜다'는 뜻으로, 일본의 같은
단위보다는 약 3점 정도가 강하다.

프랑스 바둑은 클럽제 중심이다. 한 도시에 10급 이상 수준의 애호가가
10명을 넘으면 안착된 것으로 간주돼 바둑 협회로부터 클럽으로
인정받는다. 이런 클럽이 프랑스 여러 도시에 60, 70개를 헤아린다.
이들은 회비를 거둬 일정 비율을 협회에 납부한다. 현재 회장은 연극
작가인 장 가네발씨로 갓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과학과 예술을 문화적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인들에게 바둑은 급속한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