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봉주의 목에 방울을 달았나.'
지난 시드니 올림픽때 국민들은 `이봉주의 발'에 잔뜩 기대를 걸었었다.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 획득이 빗나가고 종합 10위가
뒤틀릴때도 국민들은 마지막날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금메달을
따주기만하면 모든게 성공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믿었던 이봉주는 끝내 선두권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우승자가
월계관의 기쁨을 누린 한참 뒤 24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결승선을
넘었다.
그런 이봉주가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달랠 시간도 없이 또다시 레이스에
나선다.
내달 3일 후쿠오카국제마라톤대회가 바로 그 무대다.
불과 60여일 만이다.
뜻밖의 실패에 선수는 빨리 명예를 회복하고 싶을게다.
특히 이봉주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
3초차로 우승을 빼앗긴뒤 이대회서 멋지게 설욕하며 재기에 성공한
경험도 갖고있다.
하지만 이봉주의 이번 후쿠오카대회 출전은 아무래도 무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봉주는 90년 풀코스 첫 출전이래 지금까지 총 23차례나 레이스에
나섰다.
더구나 이봉주는 단 한번의 기권도 없이 완주율 100%를 자랑하는 현역
최다출전, 최다완주 기록보유자다.
그는 한창때인 93년과 95년엔 1년에 4차례나 풀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서른을 넘긴 그의 나이가 1년에 3차례의 풀코스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올림픽 실패후 60일만에 레이스에 나선다는 건 아무래도 그의
선수수명 단축을 제촉하는 결과라는게 이봉주를 아끼는 사람들의
걱정이다.
여기에 이봉주는 `시드니 충격'으로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혹시 그의 소속팀 삼성육상단이 코오롱으로부터 이봉주를 떳떳하지 않게
입단시켜 잔뜩 기대를 걸었던 올림픽 실패를 하루빨리 만회하고 싶은
조급증에서 이봉주를 후쿠오카로 떼밀어 보내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삼성육상단이 `코오롱이 하는일 우리도 할수있다'는 소아적인
발상에서 이봉주의 후쿠오카대회 출전을 종용했다면 삼성은 마라톤을
육성할 자격이 없다.
이봉주는 이번 레이스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때 자칫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의 나이나 체력, 성취도로 봐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최근 한국마라톤은 침체 기미가 역력하다.
현역선수중 2시간10분 이내의 기록을 보유한 2명의 선수가운데 김이용이
군입대후 한없는 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봉주마저 잃어버린다면
그야말로 한국 마라톤의 장래는 기약할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염려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나이와 체력을 감안, 대회 출전을 신중하게
취사선택해 후배들이 일정수준에 도달할때까지 이봉주의 선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할수 있도록 관리 해야한다.
대한육상경기연맹-삼성육상단-오인환 코치-이봉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스포츠조선 김의진 기자 ejkim@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