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한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전력사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한전 구조조정 특별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 보면 정부와 노동계가 공기업
개혁을 놓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초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

즉 노동계는 '한전 구조조정 특별법'이 이번 국회를 통과하면 여타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선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초전에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정부는 더이상 '집단 이기주의에 공기업 개혁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 한전 무엇이 문제인가 =한전은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그동안 비효율적
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독점기업의 성격상, 인사나 경영에서
정치권 청탁이 끊이지 않았고, 직원들 사이에도 무조건 '규정'만
따르면 안전하다는 풍토가 있었다.

한전 사장을 지냈던 한봉수씨는 "수십억원쯤 되는 자금 결재는
처장(1급)이 알아서 한다"며 "정부 예산의 3분의 1(26조원)을
사용하는데 어떻게 사장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나"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가보면, 건설사와 감리단이 상주하고 있어도
한전에서 '공사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수백명의 인력을 별도로
파견하고 있다. 또 회사가 직원을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상당수 부서에서 일거리가 별로 없는 직원이 남아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자부 김영준 전력구조조정 단장은 "한전은 1년 360일간을 각종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효율성보다 감사 지적을 피하기
위해 '규정'과 '법'만 외우고 있다"며 "이런 비능률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전임 한전 사장도 "한전은 자산 규모에서 현대, 삼성에 이어
3위인데도, 삼성의 경우 45개 계열사로 나눠 운영되지만 한전은
단일기업으로 사장 1인이 통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전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발전소 건설에
1년에 7조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순익은 1조원대에 불과, 매년 4조원이
넘는 돈을 차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25조원에 이르는 차입금의 이자만으로 매년 2조5000억원이 들어가고있다.

산업자원부 신국환 장관은 "구조조정 없이 한전이 계속 공룡의 몸집을
유지한다고 가정할때 오는 2006년부터 한전이 적자를 기록, 한전은
대우를 능가하는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부실 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전력 구조조정 어떻게 되나 =이 때문에 정부는 한국전력을 분할,
발전 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전 발전부문을 5개 발전 자회사와 1개 원자력, 수력 발전사로
분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노조의 반대와 국회의원들의 이해가 엇갈려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따라서 올해에도 법안 통과가 무산되면 한전 구조조정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셈이다.

한전 노조가 이번 법안에서 문제 삼는 것은 한전에서 분리되는 5개 발전
자회사가 민영화 할 경우, 노조원의 고용승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
정부는 아직 한전 발전 부문 민영화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5개
발전사 중 2개까지는 외국기업의 인수를 허용하고, 30대 재벌 참여도
일부 제한을 둘 방침이다.

◆ 한전 구조조정 쟁점 =한전 구조조정 방안의 쟁점은 네 가지다.
고용승계, 전기료 인상, 국부유출, 전력 대란.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한전 자회사 분할시에 포괄적인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전기료 인상도
가격 통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부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대규모 장치
산업인 전력산업의 특징상 외국인이 투자해도 근본적으로 국부 유출
문제가 생길 수 없다"며, "발전소 건설 자금을 외국에서 차입하는 건
국민들에게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국부 유출을 낳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도 "전력 민영화는 이미 40여개국에서 전력 산업
구조 개편이 이뤄져 효과가 검증돼 있다"며 "구조 개편이 되면 마치
엄청난 혼란이 올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유 서울대 교수는 "정부의 한전 구조조정 계획은
선진국사례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급조된 정책이며 전력 산업의
구조조정 시기를 최대한 연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전 구조조정 특별법 통과 여부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회 산자위에서
결론이 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