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사 몰두중 日역사왜곡 충격...의문 파헤치려 한-일 고대사연구 ##


약 30년 가까이 한 분야에 몰두하다가 어느 해 갑자기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로 방향을 바꾸고 다시 20년 가까이 거기에 집념했다면
아마도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 것이다. 나는 30대 초부터 50대 후반까지
한국 가족제도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조선
중기까지는 아들, 딸의 차별이나 친가와 처가, 친가와 외가의 차별이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내 지금은 학계의 통설이 됐다.

1980년대 초 나는 시대를 올라가 신라시대의 가족제도를 공부하고
있었다. 그게 내 학문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줄은 몰랐다. 선행 연구를
조사하던 중 나는 일본인 학자들이 한결같이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이
조작됐으며 고대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지나 쇼에이 같은 학자는 화랑에 관한 삼국사기의 기사를
심지어 전설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이었다.

사회학을 공부하다가 일본인의 한국 고대사 연구를 처음 접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이어 일본인들의 주장에 진실이 왜곡ㆍ은폐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이후 한국 고대사와 고대
한ㆍ일관계사에 강한 관심을 지니고 각종 자료를 찾아 보게 됐다.

나는 1985년 '한국학보' 38호에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과연
조작되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은 나의 첫번째 한국 고대사
관련 연구인 동시에 앞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였다.
당시 우리 학계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 조작설을 수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글은 다소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일본 학계의 고대사 연구 주요 흐름을 만나게
됐는데 나는 증거와 논리성이 결여돼 있는 그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한국 고대사는 중국이나 일본의 식민지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하며 '황국사관'이나 '식민사관'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 역사학자인 쓰다 쇼기치이나 스에마츠 아스카즈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이 백제에 의한 일본 경영을 은폐하고 구한말의 한국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고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주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한국 고대사 연구는 한 해 평균 10편씩 총 150여
편의 논문으로 이어졌고 이는 '일본 고대사 연구 비판'
'통일신라ㆍ발해와 일본의 관계' '고대 한국과 일본 열도' 등 6권의
책으로 묶어졌다. 19세기 말에 시작된 일본의 한국 고대사 왜곡을
21세기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어서 내년 봄 출간 예정인 '고대 한일
관계와 일본서기'를 마지막으로 일단 연구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생각해
보면 계기는 우연하게 주어졌지만 일인 학자들의 고대사 왜곡을 확인하며
나의 학문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 고려대 명예교수ㆍ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