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창고에 한국의
조선조 자기 117점, 일본 자기와 회화 작품 4580점, 중국 문화재
754점이 빛을 못본 채 보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옛 소련군이
2차대전 때 베를린에서 약탈해 간 독일 문화재의 반환 협상을 위해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최근 방문한 베를린시 문화장관과 베를린의 프로이센
문화재단 관계자는 "옛 소련군이 러시아 동아시아 박물관에서 가져간
동아시아 문화재 5400여점이 약탈 당시 모습 그대로, 문화재 기증자의
명단과 목록번호표까지 달린 채 에르미타주 박물관 내 먼지쌓인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FAZ) 신문에 밝혔다.
베를린의 동아시아 박물관은 1945년 8월 베를린이 미국·영국·소련·
프랑스에 의해 분할 점령되면서 '독일역사 박물관' '프리드리히대제
박물관' '몬주익 박물관'과 함께 소련군 관리하에 들어갔다. 1906년
건립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양문화재의 보고로 통했던 동아시아
박물관은 2차대전 때 5%의 유물이 훼손됐고, 90% 이상이 소련군에 의해
약탈됐다.
러시아는 약탈 문화재를 90년부터 부분적으로 공개해 왔으나, 동아시아
문화재가 공개되기는 전후 55년만에 처음이다.
베를린의 동아시아 박물관은 동양 문화재를 구입하고 기부받아 지난 10월
재개관, 옛 전통잇기에 나섰다. 박물관장 파이트씨는 "이번에 공개된
문화재들이 온전히 보존돼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당시 운송 때,
혹은 보관 도중 많은 문화재가 훼손되고 소실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박물관은 한국 도자기를 포함, 러시아에 도둑맞은
문화재의 도록을 제작 중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외에 모스크바 푸시킨 박물관도 독일이 소장하던
트로이 유물 259점을 비롯, 이집트 유물 등 1300여점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1945년 여름부터 1946년 봄까지 붉은
군대가 독일에서 러시아로 빼돌린 것들이다.
프로이센 문화재단이 1984년 발행한 전시 약탈 문화재에 관한 기록을
보면, 영국 미국 프랑스는 이들이 점령지에서 관리하던 독일문화재를
자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1948~9년에 걸쳐 독일에 모두 반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독일에서 가져온 문화재를 국유화, 일부 문화재를 1958년 옛
동독에 반환한 이후 더 이상 반환을 거부해 왔다.
(쾰른=김종희·방송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