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아이들 세대 얘기를 좀 하자. 잘 먹어서 일까? 우선 우리 때
보다 키도 크고 허우대가 다들 좋다. 웬만한 중학생들도 1m60이 모두
넘는다.

우리 큰아들 녀석도 중학교 2학년생인데 나랑 거의 비슷하다. 키가
말이다. 인터넷과 게임을 즐겨하고, 자신감있고, 자유분방하고, 모르긴
몰라도 나같은 아버지 세대들이 "우리 자식만큼은 고생 안시키며
키워야지" 뭐 이런 생각을 하였으리라.

너무 곱게 커서일까. 요즘 수업(단국대 연극과)에 들어가 보면 참 황당한
격세지감을 자주 느낀다. 원래 예비 예술가 지망생들이 자유분방하다고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가끔 대책없을 때가 있다.

우선 핸드폰이 나보다도 더 바쁘게 오는 관계로 꺼놓는 것은 고사하고
진동으로 좀 해달라고 신신 당부를 해야한다. 사실 생활에서 오는
일들이야 자제하고 고쳐 가면 그만인데 문제는 사고방식이다. 하기 싫은
것은 도통 하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연극 공연 한번 할라 쳐도 학내에서
스태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탤런트 시험을 보거나 영화 오디션에 나가겠다고 보무도 당당히 수업을
빠진다. 어떤 여학생들은 방학만 지나면 성형수술을 하고 와 몇학년
누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때도 있다. 뭔가 쉽게 꿈을 이루려는 욕심
때문인 것 같다.

한번은 연기수업 시간에 배우 지망생이 아니라고 연기를 소홀히 하기에
시라도 외워서 읽으라고 시켰다. 아무런 느낌없이 무턱대고 그냥 외워
읽기에 "녀석아 너는 여자친구에게 편지도 안 써봤냐. 네 자신의 느낌을
살려서 그 애절함을 표현을 해야지, 그냥 외워서 읽는 거야 누구는
못하니. 네가 영화 연출을 해도 연기를 알아야 연출을 하지"라며 얼굴이
뻘개져가며 한참 연설을 하고 있는데 배시시 웃기만 한다. 그러더니
"선생님 저희는 요즘에 편지 안쓰고 멜이나 문자 메시지 해요. 삼행시는
잘하는데…"라며 머리를 긁적댄다.

한바탕 웃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우리 때 같으면 엄두도 못 낼 말들이다.
앞으로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 미래를 생각하면 내가 더 모질지
못한 것이 아쉽다. 모두 귀엽게 큰 우리 자식들이기에 그런가 보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아가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더 힘들기 마련인 것.

특히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자기자신을 갈고 닦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항상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무대
위에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산모가
10개월간 아기를 몸에 품다 고통 속에 해산할 때는 남편 머리카락을
휘어잡으며 다시는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건만 일단
아기가 방긋방긋 웃어대기 시작하면 그 고통을 씻은 듯이 잊고는 둘째
아이 가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인간이다. 고통을 감내하고 위기감을
느껴가며 얻어낸 결과이기에 그래서 애들은 다 예쁜가 보다.

옛날 삼국지를 `유비 짱 떴다' 뭐 이런 걸로 바꿔야 하나? 아이들의
변화에 맞추어 교육방식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송강호가
얘기하던 그 `헝그리 정신'에 대해서도 경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혹시
나중에 정말 `헝그리'할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연극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