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고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금융시장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대선 결과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불안심리는 계속되겠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부시와 고어를
소화한 상태"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메릴린치는 금융시장 안정의 첫번째 이유로 그린스펀 미 FRB(중앙은행)
의장의 4년 연임으로 안정적인 통화정책이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차기
대통령이 FRB 이사 중 4~5명을 새로 임명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의
재신임을 받은 그린스펀 의장은 2004년 6월까지 통화정책을 주도하게
된다.

경제전문 다우존스 뉴스도 "차기 대통령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한 만큼 경제정책에서는 그린스펀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 대통령'이라 불리는 그린스펀 의장의 위상은 차기 행정부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논평했다.

두번째는 환율 부문에서 '강한 달러화' 정책이 유지될 게 확실하다는
점이다. 부시 주변에는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인 로렌스 린지 경제담당
자문 등 달러 강세를 선호하는 인물이 많다. 고어 진영의 래리 서머스 현
재무장관 역시 유로화(유럽 단일화폐) 가치 부양에 소극적인 '강한
달러'의 신봉자다. 달러 강세로 경상수지는 악화되겠지만, 해외의 달러
수요 증가와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 증가로 투자환경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무역 정책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세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박사는 "미국이 자유무역 확대를 계속 주장하겠지만 이는 미국의 수출을
방해하는 외국의 대미 수입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경제의 불안요인인 공공부채의 감소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가
벌써부터 예견되는 가운데 공화·민주당 모두 의회에서 효과적인
비토권을 확보함에 따라 두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내건 재정지출
확대계획이 의회의 벽을 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4조6000억달러로 예상되는 재정흑자의 상당분이 국가
공공부채(11월 현재 5조7000억달러)의 해소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안정 전망과 맞물려 뉴욕 증권시장도 2001년부터
회복세를 탈 것이란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크리스틴 캘리스는 "혼란스러운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
불안과 반도체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주가가 빠지고 있지만 내년
초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 4분기 안에 조정국면이 끝나고 내년부터는 달러 강세와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입에 힘입어 증시가 회복될 것이란 예상이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현재 1만700포인트대인 다우지수가 내년초
1만1000~1만1500포인트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