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야당의원 국회의장 당선 '파란' ##

국내 반대파로부터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16일 야당의원의 국회의장 당선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페루의회는 이날 야당 후보인 발렌틴 파냐과(65)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파냐과는 지난 13일 탄핵을 받아
국회의장에서 물러난 후지모리의 심복 마르타 힐데브란트의 후임자로
선출됐다. 야당 국회의장이 등장하기는 지난 92년 후지모리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중단시킨 이래 8년 만에 처음이다.

개표 결과가 나오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독재가
넘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다. 국회의장은 헌법상 대통령과 부통령 2명에
이어 권력서열 4위이지만 의회의 힘을 모아 대통령을 축출할 수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후지모리 반대파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파냐과 의장은 자신의 목적이 후지모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브루나이의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후지모리는 이번 선거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후지모리 망명기도설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페루의 야당 지도자인 호세 바르바 카발레로는 "후지모리가 브루나이로
가기 전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면서 개인 용품이 담긴 박스 20~30개를
가지고 갔다"며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말레이시아에 망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 MSNBC방송이 전했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웃기는 얘기"라며, "본인한테 물어보았더니
일본으로 간다더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후지모리는 17일 동경에
도착했다. 방문의 공식 목적은 경제협력 요청. 후지모리는 비행기 트랩을
내려온 뒤 망명설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입을 닫았다.
계획대로라면 후지모리는 이번 주말 파나마에서 열리는 이베로·아메리칸
연례회의에 참석하기로 돼있다. 하지만 그가 언제 일본을 떠날 지 알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후지모리는 지난 5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3선에 성공했으나 9월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정보부장의 의원매수 사실이 폭로되면서 여론에
밀려 내년 조기 총선을 약속했다. 자신은 내년 7월 대통령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으나 최근 상황으로 보아 그때까지 권좌에
머물어있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분석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