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16일 오후 20개국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루동 폴로 클럽에서 의장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정상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이틀간의 막을 내렸다.
정상선언문은 ▲정상선언 37개항 ▲정상 지시사항 27개항 ▲신경제
행동계획 23개항 등으로 이뤄진 6쪽 분량의 방대한 양이다.
핵심은 2001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협상을 개시한다고
못박은 점. 농업과 서비스·공산품 분야의 국제무역을 규제하는
뉴라운드에 대한 협상을 내년부터 시작하자는 것으로,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농업수출국들이 주도했다.
정상회의에서는 그러나 '뉴라운드'의 틀이 될 의제 합의에는 실패했다.
'회원국의 이해와 관심사항을 반영하는 균형되고 광범위한 의제를
설정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이다. 개발도상국·최빈국 등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흐름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날 WTO 뉴라운드의
조기 출범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에 'APEC 공동번영을 위한 3대 과제, 7개
협력사업'을 통해 헤지펀드에 대한 국제적 감시 채널 확보가 시급함을
호소했다. "1997~98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위기
조짐이 다시 거론되는 터에 헤지펀드에 대한 국제기구 차원의 감시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또 정보화·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정보화 격차를 막는 APEC 차원의 공동노력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의 두 제안은 정상선언문과 정상지시 사항 등에 모두 반영됐다.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김 대통령이 제안한 북한의 APEC 실무지원반
문호개방 요청에 대한 '의장 지지' 그리고 브루나이 국왕으로부터
현대건설의 건설공사 미수금 3800만달러의 채무변제 약속을 받은 것은
이번 APEC 외교의 부산물이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