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술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
'상하이 비엔날레'(내년 1월6일까지) 전시장에는 중국 미술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리려는 열기가 가득하다. 지난 96년과 98년에 이은 세번째
행사이지만, 최근 상하이의 경제적 번영을 등에 업고 올해 처음 외국
작가들까지 참가한 국제전으로 열리고 있는 것. 이때문에 마치 지난 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때 우리 미술계가 흥분한 것처럼 이 비엔날레에
참가하지 않는 북경의 작가들까지도 기차로 꼬박 8시간씩 달려
행사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상해'의 한자 순서를 뒤집은 '해상', 영어로는 '상하이
정신(Shanghai Sprit)'을 전체 주제로 삼아 열린 이번 상하이
비엔날레가 여타 국제 비엔날레와 구분되는 특징은 중국의 냄새를 되도록
많이 담은 점. 물론 안젤름 키퍼, 아니쉬 카포(영국), 마리코 모리(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우환 이불 등 국제적으로 명성있는 작가들의 작품도
많다. 그러나 국제 비엔날레 치고는 유난히 동양화가 많이 포함된 데서
보듯, 중국색이 전체 비엔날레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특징은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많은 비엔날레가 첨단 경향만 모아놓는 바람에
다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점이었다.

그러나 국제 비엔날레를 많이 접한 외국인의 눈에는 중국적 특성이
강해 보일 지 몰라도 중국인에게는 무척 이국적이고 국제적인 것으로
보이는 듯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채국강, 황용핑, 양 페이밍 등 중국을
떠나 외국에서 활동해온 중국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들도 선보였다.
이들의 작품은 천안문 사태 이후로는 중국에서 구경할 수 없었던
것들이며, 중국인 관람객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서구적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었다. 또 팡 리준처럼 중국에서 활동하지만 서구 미술계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들도 대거 참가했다.

중국 미술계는 그동안 해외에서만 활동한 중국작가들까지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이 행사를 중국 미술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비엔날레 본 전시 외에도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끼리 기획한 작은 전시들을 시내 곳곳의 낡은 창고 등에서 열고
있는 점도 이를 반증했다. 이들 자생적인 작은 전시에 선보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세계 어느 나라의 현대미술과 견줘도 차이가 없을 만큼
현대화된 것들이어서 중국색 강한 본전시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미술계 내에서도 상하이 비엔날레 개최에 대해 반대의
시각도 있었다. 중국 저명 평론가 리 시앙 팅은 "땅이 좋아야 좋은 꽃이
피는데, 좋은 땅을 가꿀 생각은 않고 꽃을 뽑아서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비엔날레로 상업적 꽃부터 피우기 전에
중국 미술계의 실력부터 다져야 한다는 일침이었다.

(김선정·아트선재센터 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