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발빠르게 "대선캠프" 가동...낙점 둘러싼 기싸움도 치열 ##
벌써 '용틀임'이 시작됐나. 최근 여권에서 이른바 차기 대권
주자들의 물밑 행보가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정중동의
분위기지만 대선 후보 낙점을 염두에 둔 '기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고, 개인 사무실을 열고 참모진을 보강하는 등 이른바 '캠프
정치'도 등장하고 있다. 아직 대선이 2년여나 남았지만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주자간의 힘 겨루기가 이미 시작된
느낌이다.
여권의 경우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대권 주자는 이인제
최고위원. 지난 11월 9일 국민정치연구회(회장 이재정) 초청 강연에서
"(나에게) 국민의 지지가 있는데 후보가 안되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해 적잖은 파문을 몰고온 이 위원은 최근 개인 사무실을
잇따라 개설하는 등 '전투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위원측은 지난 11월 1일 서울 시내 두 곳에 사무실을 새로 냈다.
마포의 한 오피스텔은 아직 상근자도 없는 빈 사무실이지만, 측근들이
각기 열쇠를 나눠 갖고 매주 두 차례씩 모여 장기 전략이나 언론대책
등을 숙의한다. 국민신당 사무총장 출신인 박범진 전 의원과 각각
조선ㆍ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윤수(전 자민련 수석 부대변인),
김충근(전 국민신당 대변인) 특보가 모인다. 지난 4·13 총선에서 자민련
공천을 받아 경기 파주에 출마했던 김윤수 특보는 이인제 위원측이 전력
보강 차원에서 지난 8월 영입했다.
●이인제 위원, 강남에 홍보 전담팀 둬
마포 사무실에서의 회의 결과는 그 자리에서 정리해 이 위원에게 즉각
보고된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 최근 각종 특강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 비판론에 정면 대응하며 '대북정책 계승론'을 설파하는
논리도 이 사무실에서 나왔다고 한다.
강남 테헤란로에 문을 연 사무실에는 홍보 전담팀이 활동하고 있다. 모
광고기획사 임원 출신이 팀장으로 있고, 12명의 홍보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는 이인제 위원을 대권 주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강한 리더십' '나홀로 정치를 탈피한 포용력' 등 장기적 이미지
구축뿐 아니라 '좀더 환하게 웃어라' '검은색 양복 대신 곤색 양복을
입어라'는 등 대중의 시선과 방송 카메라를 의식한 세세한 조언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인제 위원측은 국민신당 당시 쓰던 여의도 정우빌딩 사무실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식적인 대외 교섭 창구 역할을 하는 이 사무실은 CBS
보도국장 출신인 한용상비서실장이 지휘한다. 이인제 위원 주변에는
친분이 있는 교수들이 중심이 된 정책자문팀도 포진해 있는데, 약
40명으로 구성된 '국가 경쟁력 연구회'(회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의
경우 1주일에 한 차례씩 모여 정국 현안에 대한 여론 수렴과 정책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이인제 캠프'에는 최근 김운환 전 의원도 가세했다. 청구그룹
장수홍 전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으로 기소됐다가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의원은 최근 강남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전직 의원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한다.
이인제 위원측은 '대선 캠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외부의 시선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튀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꺼리는 눈치다. 예컨대 최근 파문을 일으킨 '불행 운운' 발언에
대해서도 평소 지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측근은
"국민의 지지가 없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대만이나 멕시코의 경우처럼
정권을 못잡게 된다는 평소 얘기를 되풀이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두고 '경선불복'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우리는 일단 '이인제 대세론'을 앞세워 동교동계 등
정치인을 상대로 한 정치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며 "낙점 가능성을
전제로 한 전략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안양에
살고 있는 이 위원은 조만간 여의도에 전세로 아파트를 구해 당내
인사들과 기자들에게 '문호 개방'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당 내의 다른 차기 주자들의 경우 아직 이인제 위원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아직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며
'기다림의 정치'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물밑 행보'와
'신경전'은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한화갑 위원, TK 지역에 상주 조직책
당내 차기 주자들은 최근 이인제 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그게 사실이라면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것"이라 비판했고, 김중권 최고위원도 "시의적절한 발언이
아니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결국 국민의 여론을
바탕으로 당론이 결정되는 것인데 당론과 국민 여론을 별개로 보는
시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대선은) 한참
남았다"며 이 위원의 발언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차기 주자
중 이인제 위원과 첨예한 각을 이루고 있는 한화갑 최고위원의 경우 이
위원의 발언을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기 전 보좌진으로부터 전해듣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동안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동교동계 중심의 정권 재창출'을
주장해온 한 위원은 요즘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단
올해는 '휴식'한다는 게 본인의 얘기라고 한다. 지난 10월 2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해외에 자주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희상 설훈 등 측근 의원들도 당분간 상대 진영과
전선을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한 위원이
일단 내년 초부터 당무 전반을 중심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위원 역시 물밑 조직활동은 계속 하고 있다. 강연 등의
목적으로 틈날 때마다 지방 순방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당내에서
남다른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대구ㆍ경북 지역에 상주 조직책을
내려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한 위원은 지난 미국 방문 기간 중 '차기 리더십'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며 차기 주자로서의 포부의 일단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그는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돼야 한다"며 "한국에 필요한 새 리더십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솔선수범과 봉사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미국 방문 중 국무부와 경제계 인사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탁상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 위원 역시 이인제 위원과 마찬가지로 '문호 개방'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자택이 일산에 있어 사람들이 찾기 힘들 뿐더러
부인이 내성적이어서 집안에 기자들을 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조만간 여의도 인근으로 이사해 당내 인사들과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중 정치인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차기 주자 중 의외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는 쪽은 김중권
최고위원 진영이다. 최고위원 경선 당시의 서대문 사무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김 위원은 최고위원 경선 이후 활발한 '특강정치'를
벌이고 있다. 김 위원의 지방 순례는 평균 1주일에 두번꼴로 이뤄지고
있을 정도. 10월만 해도 울산포럼에서 주최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한 것을 시작으로 10여차례나 지방 순례에 나섰다. 김
위원측은 지방 특강이 대부분 주최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특강 주제가 최고위원 경선 당시 자신의 트레이트 마크였던
'동서 화합'에 집중되고 있어 차기 주자로서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행보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위원의 지방 특강은 상대적으로 호남에 집중돼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호남 대의원들로부터 주목할 만한 표를 얻었다. 비록 TK
출신이지만 호남의 입장에서는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인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김 위원으로서도 호남에
다녀오면 '엔돌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차기 대선 역시
영남과 호남의 대결로 굳어질 경우 다음 정권에서도 정쟁으로 날을 지샐
우려가 크다"며 "민주당의 다른 차기 주자들도 무엇보다 지역 감정
해소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최근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TK 지역 공략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지난 11월 14~15일 이틀간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입주 기념
집들이를 하면서 소년ㆍ소녀 가장, 경로당 노인과 인근 주민, 파출소
직원 등 평범한 이웃 주민들을 초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지난 총선에 출마했다가 두터운 지역 감정의 벽 앞에서
좌절한 김 위원이 지역 정치ㆍ경제계 지도급 인사들과 주로 접촉해온
한계에서 탈피해 대중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을 하고 있다.
본래 김 위원의 변호사 사무실이었던 '서대문 캠프'에는 현재 4명의
보좌역들이 포진해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비서관을 지낸 조은희
수석보좌역과 이형록 정무보좌역, 매일신문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인
이헌태 공보보좌역,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낸 황태순 정책보좌역
등이 김 위원을 돕고 있다. 김 위원이 지방 특강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어쩌다가 김 위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날에는 서대문 사무실은
각종 민원인과 당 관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5위의 성적을 올리며 차기 주자 중 한명으로
급부상한 정동영 최고위원도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흑색선전 공작정치 근절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의 이른바 'KKKP' 실명 거론 공세를 앞장서
공격해온 정 위원은 본인 스스로 차기와 관련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대중성 위주의 기존 이미지에 중량감과 강인함을 더해야 한다는
주변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국정감사 이후 최근에는
전국 각지의 강연에 몰두하는 모습. 11월에만 6건의 강연이 확정된
상태인데 '국가의 미래와 정보통신 산업' '한반도시대의 비전과
전망' 등을 주제로 미래 지향적인 정치인 상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동영 위원, 정권 재창출 전략기구 맡을 듯
정 위원은 최근 최고위원 회의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최고위원들만의 주례 비공개 간담회 개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등
당무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민주당 당 기구 개편에서
신설된 총재 직속의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소장으로도 유력시되고
있는데, 이 기구는 앞으로 정권 재창출 전략 수립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여 그의 당내 위상 강화와 관련해 주목된다.
하지만 정 위원의 향후 위상과 관련된 당직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일단 차기로서의 가능성은 있으나 중량감이 떨어져 차차기 주자로 더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차원에서도 이번 차기 주자 싸움에 뛰어들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이밖에 당내 차기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온 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김
최고위원은 지난 10월31일 여의도에 새로 사무실을 내고 '개혁 캠프'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후원회 사무실을 확대ㆍ개편해 경제개혁과
반부패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킹을 구축할 목적이라는 게
김 위원측의 설명. 자신의 지지 기반인 민주 정통세력이 재정비ㆍ도약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초 김대중 대통령의 부산ㆍ경남 방문시 대통령을 내내 지근
거리에서 수행해 당내 차기 주자들의 '부러움'을 산 노무현 장관도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정치 입지를 넓혀 나가고
있다. 노 장관은 지난 9월 10여년간 운영해온 지방자치연구소와 후원회
사무실을 통합한 '지방자치경영연구원'을 새로 열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실무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