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릿 율리시즈(조지 클루니)는 델마(팀 블레이크 넬슨), 피트(존
터투로)와 함께 탈옥을 감행한다. 에버릿은 자기 집에 숨겨둔 보물이 댐
건설로 잠기게 됐다며 탈옥을 부추긴다. 이들 세 탈옥수는 은행 강도와
협력하고, 3인조로 레코드도 취입하는 등 기이한 일들을 겪으며 에버릿의
고향을 향해 간다.
주인공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코언 형제의 신작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O! Brother, Where Art Thou?)는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딧세이(율리시즈)'를 1930년대 미국 남부
배경으로 옮겨낸 작품이다. 20년 가깝도록 재기발랄하고 개성 넘치는
영화들을 계속 내놓고 있는 코언 형제는 이 영화에서 '오딧세이'의
인물과 사건을 비틀며 극을 진행시킨다. '오딧세이'에서 정절을 지키던
아내 페넬로페를 이미 다른 애인을 꿰차고 있는 페니로 바꾼다거나, 아들
텔레마코스 대신 여섯명이나 되는 딸을 등장시키는 식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각색은 많은 경우 비틀기 자체에만 의미를 지닐 뿐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신화 속 사이렌을 냇가에서 노래부르며
유혹하는 세 여인으로 옮긴 부분처럼 코엔 형제 답지 않게 볼품없는
기계적 재현도 눈에 띈다. 컨트리 음악에서 성가와 흑인영가까지
넘치도록 흘러나오는 음악이 매혹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각색과
뮤지컬을 양축으로 한 화려한 형식에 빈약한 내용이 먹힌 듯한 인상이
짙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나면 그들의 걸작 '분노의 저격자'나
'바톤 핑크' '위대한 레보스키'같은 작품들이 아쉽게 떠오른다.
대신 이 영화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40년대 풍자극의 대가인 프레스톤
스터지스의 영화를 비롯한 할리우드 고전 코미디 영화들에 대한
애정이다. 코언 형제는 시종 흐린 하늘처럼 희뿌연 색조의 화면을 통해
전성기 장르 영화들을 향수로 회고한다. 캐스팅에 관한 한 코언 형제만큼
적재적소에 배우들을 활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초반 약간 부자연스러운
듯 하다가 중반 이후 적응력을 발휘하는 조지 클루니의 변신도 좋지만,
역시 최고는 코엔 형제가 사랑하는 배우, 존 터투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