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청사-의사당에 양당 시위대...정쟁 치닫자 "부끄러운 일" 우려 ##


『고어에게 보낸 표가 뷰캐넌에게 갔다』 『팜 비치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 『자유 민주주의』 『제도가 망가지면 고쳐라』 『데일리(고어
선거대책위원장)는 시골로 돌아가라』…. 플로리다 주정부가 지금까지의
재개표 결과를 밝힌 9일 주도 텔러해시의 주 의회의사당 앞 광장은
이날 낮 서로 다른 주장의 다양한 피켓을 내세운 시위대의 시위가
벌어졌다. 인근 플로리다 주립대 등의 학생 30여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세계 언론의 초점이 재검표 결과에 모아진 이곳 현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아침부터 이곳에 왔다.

이 중에 포함된 크리스 버스티(19·플로리다 주립대)는 『투표 용지를
양쪽에 후보 이름을 기재하는 나비 모양으로 만들어서 누굴 뽑는지도
모르게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지역이든 문제가
있으면 재투표해서 민주주의가 완성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을 폈다.
『투표소가 갑자기 바뀌고, 투표장에 못가게 위협적인 경찰 통제선을
설치하고, 길게 줄 선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를 막으려고 뒤늦게
투표용지가 도착하고, 일찍 투표 시각을 마감하는 식의 「비정상적인」
선거행위는 매우 걱정스럽다』는 것. 랄프 네이더를 지지하는 녹색당원인
그는 『단지 기업들의 이익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옆에서 1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부시·체니」 선거 포스터를 들고
있는 존 포스키(플로리다 주립대·정치학 4년)의 생각은 달랐다. 『투표
용지에 분명히 화살표가 있는데 뭐가 혼란스럽다는 얘기냐』며
『클린턴·고어에게 염증을 느꼈고, 이제는 백악관에 자질을 갖춘 사람을
보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광장의 한쪽편 상원 의사당 건물 1층의 로턴더 홀에는 대부분이 흑인인
대학생 300여명이 이불과 음식들을 갖춘 채 무기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물론 『재투표』였다. 이들의 지도자격인 데릭
해크는 학생들로부터 『언제부터 플로리다의 선거인단 수가 25명이
됐나』 『팜비치의 투표용지 디자인을 둘러싼 소송의 장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핸드 마이크로 답변해가며 기운을 북돋웠다. 한 쪽
구석에 앉아 있던 슈린 모어(여·플로리다 AM대·교육학 4년)는 『고어와
부시 중 누가 돼야 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선거 부정을 폭로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홀 내에서는 드물게 백인
학생인 앤드루 새빌(플로리다 주립대·심리학 4년)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곳에 합류했다. 그는 『어떻게 반 유대·흑인 주의자인 뷰캐넌이 단 한
번의 선거 유세도 안하고 유대계·흑인 밀집지역인 팜비치에서
자신으로선 주내 최다 득표를 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한 미 언론인은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 개표 파문을 「제2의 르윈스키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르윈스키 사건 때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은 말로만
정의와 진실을 외치면서 국가는 어떻게 되든, 정치적인 욕심만 달성하면
된다는 식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 지금 미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탄생시키기는커녕 리더십의 공백 상태를 맞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탄식하고 있다.

( 워싱턴=강효상특파원 hskang@chosun.com )
( 텔러해시(플로리다)=이철민특파원 chulmi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