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가 부도 나도 은행들은 무슨 피해가 있습니까. 공적(공적)자금으로 다 메워주고…. 은행원은 구조조정으로 그만 둬도 퇴직금 챙길 것 다 챙기지만, 우리 하도급업체는 퇴직금이 어디 있습니까.”

9일 저녁 당직 근무를 하던 기자는 몇 통의 ‘성난 전화’를 응대해야 했다. 대우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부장이라는 김모씨는 “은행(대출채권)이나 하도급업체(물품대금채권)나 똑같은 채권자인데, 은행들끼리 모여 부도를 내고 그 피해는 하도급업체가 몽땅 뒤집어쓰란 얘기 아니냐”며 흥분했다. 어음과 외상 물품대금 등으로 7억원 가까이를 떼일 처지에 있다는 한 협력업체 사장은 “정부가 기존 어음을 새 어음으로 바꿔 준다지만 일단 회사가 부도 나면 다 휴지조각”이라며 한숨을 토했다.

대우차 부도로 경제 전체에 깊은 주름살이 지고 있다. 이 마당에 '하도급업체만 죽는다'는 주장은 '과장된 피해의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우차 부도에 은행도 책임이 크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대우차는 작년 8월 채권단 관리 하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영 전반과 구조조정에 대한 전권(전권)이 사실상 채권은행에 있었다.

물론 대우차를 파국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책임은 ‘분수를 망각한’ 노사의 몫이다. 하지만 채권은행도 지난 1년간 2조5000억원의 신규자금만 퍼부었지, ‘도덕적 해이’에 빠진 대우차에 제동을 걸진 못했다. 급기야 포드와의 매각협상이 진행되던 코 앞에서 노사가 멋대로 ‘5년간 고용보장’이란 단체협약을 맺으며 구조조정을 외면하는데도 수수방관했다.

대우차 부도로 당장 연쇄도산 위기에 몰린 중소 하도급·협력업체는 1만5000개, 근로자는 10만여명에 달한다.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내놓는다 해도 대우차 부도의 최대 피해자는 그들임에 틀림없다.

(이준 경제과학부 차장대우 jun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