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야 태연한 척 했다.

첫 패전 후. "어떻게 우리만 이깁니까."

두번 거푸 졌을때. "선수들이 배당금 올리는 방법도 가지가지군요."

3연패후? "야구는 모를 일이라니까요."

한국시리즈 첫 3연승 뒤 3연패의 지옥을 겪었던 현대 식구들 가운데
유난히 `엉뚱한' 가슴앓이가 심했던 이는 김용휘 단장이다. 모조리
제탓인 것 같았다. 그럴만 했다.

지난 9월말 구단직원들의 우승 기원 설악산행에서 김단장은 왼손을
헛짚는 바람에 깁스를 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깁스를 하고 다니다가
3연승후 깁스를 풀고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갑자기 연패 가도로 돌자
구단 식구들은 너나없이 김단장의 맨손을 째려봤다.

지난 96년 한국시리즈서 현대는 일찌감치 챔피언 모자를 제작했지만,
2승4패로 뚝 떨어지자 남보기 민망스런 물건이 됐다. 누가 볼까 감추기
바빴다. 98년 한국시리즈때는 모자를 만들지 않았더니 우승했다.
축배사진 속에 챔피언 모자를 쓰고 못했던 것은 영 아쉬웠지만.

그래서 올해는 당초 모자를 제작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4연승후 시리즈 3연승까지 내달리자 이번에는 뭐 이변이
없을듯 했다. 김단장이 모자 제작을 지시했다. 갑자기 연패가
시작됐고, 속사정을 아는 구단 식구들은 슬금슬금 김단장을 노려봤다.

"우승 못했으면 감독 선수 죽는다고 누가 그럽니까. 참, 제가 죽을
맛이었습니다."

잠실서 세번씩 우승 준비를 하는 바람에 허공에 날려버린 꽃값, 비디오팀
인건비 등이 수백만원대다. 그러나 속앓이에 비하면 싼 값이었다.

'스포츠조선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