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시장의 65%를 외국영화가 장악…편당 평균제작비 20억 불과 ##


위기의 길목에서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쳤던 영화
'쉬리'에 이어 요즘 다시 '공동경비구역 JSA'가 전국 극장가에
흥행몰이를 하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국내
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외국영화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장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영화시장에서 주연이라 함은 영화가
제조업과 같은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작과 배급, 상영 등 모든 면에서 세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여가의 생활화가 이루어진 선진국의 경우
영화가 산업으로 발돋움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에 비해 국내 영화계가 체계적인 사업방식을 갖추기 시작하게 된
것은 외국 직배사)와 국내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뛰어든 1980년
말경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일천한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영상산업의 잠재력과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가 산업으로서 한몫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환경조성과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영화업계도 생존을 위한
혁신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 직배사 허용후 급격히 위축

우리 영화의 연간 제작 추이를 돌이켜 보면 1980년대를 지나면서
꾸준히 상승하다가 89년에 드디어 100편을 돌파하더니 92년에는
122편으로 가장 높은 실적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비교적 활발한
양상을 보였던 제작 활동은 80년대 중반 이후 실시된 외국영화 수입
자유화와 외국 직배사의 국내 진출 허용이라는 두 가지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급격히 위축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영화 공급시장에서
국산영화의 몫(제작 편수 기준)은 고작 12%을 약간 웃도는 정도에 있다.

이같은 수치는 사실 영화가 산업 아닌, 단지 예술이나 문화라는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반도체나 자동차 등 여타 제조업 제품에서 수입 비중이
80%를 넘었다고 한다면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영화는 산업으로 인식될 수 없었고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 등 문화산업의 경제적 논의를 둘러싸고 나오는 의제에는
해당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들이 시장확대나 고객만족에 충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화 원칙에 익숙지 않던 것도 국산영화가 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해
외국영화가 국내에 발을 딛으면서 국내 관객의 눈높이는 외국영화에
순식간에 맞춰진 반면, 국내 제작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기에는 여러
면에서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특히 국내 수입영화 중 70%(개봉편수
기준)를 웃도는 미국영화는 우리 영화의 벤치마킹으로 삼기에는 너무도
거리가 먼 상대로 비쳐진 것이다.

국내 영화기업들의 제작활동 현황을 보면, 98년까지만 해도 전체
116개사 중 30%만이 제작 실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제작사당 1년에 한편을 가까스로 소화해 내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국산영화 제작 시장에 비교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하면 시네마서비스, 명필름, 우노필름, 씨네 2000, 프리시네마,
합동영화사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편당 제작비 미국의 1/10

우리의 제작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보는 것도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1997년 국내 흥행우수작을 기준으로 잡을 때
편당 제작비는 약 13억원(약 150만달러ㆍ97년 환율 기준)이다. 이 규모는
미국의 1/10, 일본의 4/10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영화에 대한 정부와
민간부문의 드높은 관심으로 편당 제작비가 약 20억원으로
증대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영화 흥행액(매출)을 기준으로 한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552억으로 추산되며 그 중 외화의 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대폭 낮아진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지난 97년까지만 해도 줄곧
75%를 유지해왔던 것으로 '쉬리' 등 소수 작품들이 한국 영화의 흥행
붐을 일으킨 결과이므로 안정적인 수치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한국영화의 수출은 아직까지 매우 미미한 규모이다. 그래도 지난 95년
이래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편수로는 95년 15편에서 98년 30편에
이르다가, 지난해에는 무려 80편이 해외로 수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출액도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96년에 비해 4배나 늘어나 99년
570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편당 수출가격은 98년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적어도 해외에서 국산 영화가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하겠다.(참고로 미국 영화의
평균 수입가격은 96년 21만7813달러, 97년 17만3470달러였다. 미국 영화,
특히 직배사가 공급하는 경우는 수입가격 이외에 로열티 송금액도
포함시켜야 정확한 수입액이 산정되는데 직배사에 대한 로열티 송금액은
97년의 경우 48만3871달러였다)

영화산업에서 유통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통은
제작된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만일 이
기능이 허약하다면 그 시장이 커질 리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국산영화의
배급력이 외국영화의 배급력에 비해 현저히 낙오돼 있다면 국산영화
시장이 확대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미국의 유통자본과 배급망은 세계 도처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8년부터 국내
영업활동을 시작한 소위 '직배'는 막강한 자본과 마케팅 능력 그리고
흥행이 보장되는 대작들만을 앞세우면서 국내 상영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산 영화의 배급망은 매우 취약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산영화가 외국영화에 비해 흥행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그 결과 국내 개봉관 수가 적든 많든 상관없이 국산영화가
개봉관에 걸리느냐 마느냐는 극장주의 의사에 달리는 현실이 되었다.

다만 최근 들어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몇 국내 제작사 또는
배급사들을 중심으로 외국 직배사나 국내 극장주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자체 상영관을 확보하여 이들이 직접
제작했거나 수입한 영화들을 자신들의 배급망을 통해 상영하게 함으로써
국산영화의 배급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영화 배급은 전국 규모의 극장망을 가진 시네마서비스,
삼성영상사업단 등이 비교적 활발한 영업활동을 해 왔다. 최근에는
CJ엔터테인먼트, 미래에셋창투(코리아픽처스), 영상투자개발 등도
독자적인 배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크린 쿼터제와 일본영화가 변수

요즘 들어 영상산업계에서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라는
신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킬러 콘텐츠란 신영상시대에 가장 먼저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으뜸 콘텐츠를 말하는 것으로 통상 영화와
스포츠를 꼽는다.

이를 반영하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 분야에만 관심을 보여온
일반인과 금융인들까지 영화산업을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종 영화제다, 촬영장
유치다 해가며 영화 열기를 한층 돋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영화의
위상은 산업화의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80년대 외화 수입 자유화와 외국 직배사의 진출이 국내
영화시장에 커다란 충격과 좌절을 안겨 주었듯이 앞으로도 새로운 외부
요인들이 도처에서 등장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소위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제' 철폐 여부와 일본영화의 대폭 개방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임에 틀림 없다.

스크린 쿼터제의 경우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0%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긴 하나, 정부가
이를 언제까지 자신있게 고수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안하다. 일본 영화는
지난 6월 3차 개방으로 서서히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으며, 그
속도는 일본 영화업계의 공세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새로운 유통수단과 영상기기의 도입,
복합상영관의 확산 등이 영상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최전방에 서있는
영화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인이 국내 영화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정부와 업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구문모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영화 공급현황(제작) (단위: 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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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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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급(A) 387 377 415 483 445 443 548 490 348 397
한국영화(B) 111 121 96 63 65 65 65 59 43 49
외국영화 276 256 319 420 381 378 483 431 305 348
B/A(%) 28.7 32.1 23.1 13.0 14.6 14.7 11.9 12.0 12.3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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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상영기준, 외국영화는 수입추천기준

세계 주요국의 평균 영화제작비 현황(1997)
(단위: 100만 달러)

미국 14.53 프랑스 5.53 일본 3.73
영국 9.48 아일랜드 5.08 이탈리아 3.44
독일 5.68 네덜란드 4.20 벨기에 3.18
(자료: Screen Digest, 1998 / 네거티브 비용 기준)

국내 영화시장 현황(매출액기준,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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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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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매출액1) 1,636 1,791 1,888 1,926 2,041 2,406 2,584 3,552
내수(%)2) 99.9 99.9 99.7 99.9 99.3 99.1 99.7 98.0
방화(%)3) 17.6 15.4 20.2 20.4 22.6 25.2 24.3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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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총매출액 = 내수 + 수출
2) 내수 = 방화 + 외화(로열티 제외)
3) 내수 중 방화 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