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월4일자 경제면 주요 예정기사
△ 은행단, 오늘 오후 4시 퇴출기업 명단 발표
△ 현대그룹, 자구안 추가 발표
△ 현대건설, 하나은행이 3일 새벽 1시경 CP 200억원 만기연장시켜줘 2차부도 면함
△ 한국중공업, 민영화 입찰 설명회
△ 주식시장, 보합세 유지
■ 취재일기: 정부의 현대건설 서산농장 매입가능성
□ 다음은 건설업계와 정유업계를 담당하는 차학봉기자의 이메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차학봉입니다.
정부가 현대건설의 '서산농장'을 매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직까지 가격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일단 현대가 사는 지름길인 만큼 매각방침이 수면위로 올라 온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산농장은 그동안 현대의 자구노력방안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팔 재산조차 별로 없어질 정도로 쪼그라든 현대는 그동안 유동성 위기가 나올 때마다 서산농장을 활용한 자구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해외에 매각하거나 땅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는 안을 정부에 제시했습니다만 구체성이 결여된 탓인지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였지요. 특히 서산농장은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용도인 '절대농지'여서 용도전환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해 왔습니다.
서산농장은 3122만평으로 서울 여의도의 30배에 달하는 거대한 농토입니다. 우리나라 농토 전체 면적 중 2%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합니다. 마치 미국의 대평원처럼 비행기를 이용해 볍씨를 뿌릴 정도로 광활한 농토입니다. 99년에 25만8000가마의 쌀을 수확했으며, 11월 현재 1300여 마리의 소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 농장에서 키운 소들은 '통일소'로도 유명합니다. 98년 6월에 소 500마리, 같은 해 10월에501마리, 금년 8월에 500마리를 북한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산간척지는 지난 70년대 후반 중동건설경기 침체로 철수한 건설장비를 활용하고 부족한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특히 건설공법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살이 세서 가물막이 벽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를 내 초대형 '유조선'에 물을 채워 바다에 가라 앉혀 가물막이 벽을 만들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래서 그같은 방식을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불려 왔지요. 현대는 정주영 공법으로 280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했으며 공기도 9개월이나 단축했습니다.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정 전 명예회장의 농사꾼 출신답게 이농장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였습니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이 농장을 들러 농작물 작황상태와 소 사육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서산간척지에 비견되는 것이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입니다. 두 간척지 모두 70년대 말 중동건설경기가 쇠퇴하자 철수 장비를 활용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서산간척지처럼 동아건설은 작년 8월 자구노력을 위해 김포매립지 487만여평을 농지로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농업기반공사(당시 농어촌진흥공사)에 6300억여원에 매각했습니다.
이 금액은 당시 매립지 조성원가인 827억원을 시세로 환산한 3270억원에다 동아가 납부한 세금 2500억원까지 얹어 계산한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동아매립지는 당시 공시지가 9600억원의 66%인 6350에 해당하는 가격"이라고 밝혔습니다. 6300억원이라는 매입금액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특혜가 아니냐는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현대의 서산간척지도 동아건설의 전례에 따라 공시지가 3621억원의 66%선인 2200억원선에서 매매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현대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현대가 취득세·등록세를 내지 않기 위해 등기조차 하지 않은 서산농장의 장부가는 6421억원입니다. 그동안의 금융비용은 전혀 포함하지 않은 조성원가라는게 현대측의 주장입니다.
현대측은 "조성원가와 그동안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1조2000억원이 넘는다"며 "정부가 날로 먹을 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의 김포매립지와 비교해서 너무 싼 것 아니냐고 현대측이 불만을 표시할 만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김포매립지와 서산간척지의 가치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동아의 김포매립지는 수도권에 위치해 언젠가는 신도시(아파트단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황금요지입니다. 국토연구원 등에서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할 정도입니다. 비록 방치된 땅이긴 하지만 활용가능성이라는 미래가치는 높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공시지가도 높습니다. 정부가 아니더라도 매입하겠다는 회사들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는 요지입니다.
반면 서산간척지는 김포매립지에 비해 덩치면에서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이지만 농지이외의 다른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현대가 용도를 변경, 산업단지나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위치 상으로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고 있지만 수익성측면에서는 미미합니다.
더군다나 농림부는 "절대농지이기 때문에 용도를 변경할 경우, 대체 경작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밝히고 있습니다. 미래가치도 수익성도 없어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부동산의 가격은 하한선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때 세계 건설시장을 주름 잡던 현대건설이 2000여억원 때문에 창업주의 기념비적인 작품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자신의 피땀이 스며 있는 서산농장까지 팔아야 하는 현대건설 경영진들에 대해 저는 솔직히 말해 동정보다는 분노를 느낍니다. 좀더 더 일찍 정신을 차렸어도 이지경은 되지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